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32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김서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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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책이 나날이 더 좋아져요.

첫 아이 임신과 함께 태교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의 마법에 걸려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나를 웃게도 울게도 가슴 찡하게도 놀랍게도 만들어내는 그림책의 매력이란 어디가 끝일까요?

끝이 있다면 그것은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없을 거에요.

매일 매일 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시간을 지나도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는 책들이 꼭 있어요.

오늘도 전 그 몇 권의 책 속에서 저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또 가슴에 품었답니다.


얼마전 비룡소에서 BBKI 1위 선정 기념! 축하 댓글 이벤트를 했는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제가 선정이 되었지 뭐에요.

댓글에 제가 받고 싶은 책도 아주  당당하게 적어 올렸지요. ㄱ

발표난지 일주일이 되어 바로 책이 저에게로 왔답니다.


그 동안 읽었던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책들과는 느낌이 아주 다른 책이랍니다.

그 책은 바로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입니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 읽어봐야지 했다가 시기를 놓치고,

집 근처 도서관에는 책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잊고 지냈다가 기분 좋게 받은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한동안 제 맘을 잡고 있을 것 같아요.

 

 

평화로운 도시에 자리한 도서관

도서관에서 내다보는 도서관은 한없이 평화로워요.

새들이 아침을 깨우고,

그 소리에 반응하듯 나뭇잎들이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르지요.

드넓은 하늘은 도시의 아침을 밝혀주고

그렇게 도서관은 오늘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도서관 앞을 지키는 돌사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를 바라보며 도서관을 오가는 많은 이들을 지켜봐요.

차갑고 무서워 보이는 돌사자는 마치 살아있는 듯 했고

사람들은 돌사자에 기대어 자신만의 시간을 나눠 가져요.


오늘도 사라가 왔어요.

사라는 보따리에 싸인 남동생을 꼭 끌어안고 울어요.

사라는 살 집이 없대요. 보따리에 싸인 남동생 하나 만이 사라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길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군요.

돌사자는 발끝을 적셔오는 사라의 눈물이 와닿지는 않았어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벤은 오늘도 여전히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책에는 사람들 사는 얘기가 들어 있어. 벤은 행복이나 슬픔, 절망이나 흐망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야.  

책을 읽으며 한숨을 쉬고 웃음을 터뜨리는 벤을 보며

도서관 기둥에 있는 돌괴물은 책이 무엇인지 돌사자에게 알려주지요.


나도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 ......

돌사자는 사라의 눈물, 벤의 웃음을 보며 살아있다면, 조금 움직일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돌괴물은 말해요.


돌로 만든 동물도 숨을 쉬고 몸이 따뜻한 동물이 될 수  있어. 정말 착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빌면 살아날 수 있지.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이야.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저녁

사라는 힘겹게 도서관 계단을 올라와 돌사자 발 앞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아요.

바구니는 낡은 담요에 싸인 아기가 있었지요. 눈송이는 아기의 코에 내려앉아요.


눈이 내려는 고요한 저녁

도서관 앞은 한없이 조용해요.

새들도 눈을 맞으며 사라의 모습만 바라볼 뿐.

돌사자는 힘들어하는, 배고파하는 사라의 흐느낌을 들을 뿐

어떤 것도 해 줄 수가 없었어요.

눈이 눈물이 되어 사자의 마음에 그득내려앉지요.

 

 

 

돌사자는 이대로 두면 아기도 사라도 오늘 저녁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아기의 조그만 주먹이 바구니 밖으로 낑낑대는 순간

돌사자의 마음 속에 울컥하고 뭔가가 펄럭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 애들을 따뜻한 도서관으로 데려가고 싶어. 내가 움직일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사자는 자유를 누리며 마구 달리고 싶다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이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기는 처음이었어요.


돌사자의 눈물은,

회색빛 돌과 대비한 하늘빛 눈물은,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사라의 고달픔을 얼마나 달래주고 싶어하는지,

그 느낌이 배가 되어 제 가슴 속에도 제 눈가에도 이슬을 맺혀주었어요.


돌사자의 이 간절함이 하늘에 땅에 또 그 어느 세상으로든 전해지기만을 간절히 함께 바래보았어요.

 

 

 

 

돌사자의 심장이 "툭" 뛰기 시작했어요.

돌사자는 도서관 넓은 길을 뛰어보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 때의 기억을 날려보내

바구니 속에 담긴 아기의 콧등에 내린 눈을 핥아주고 바구니 손잡이를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가요.

서가를 정리중인 벤은.


"돌사자, 너구나! 그래, 넌 항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어."

하며

아기 바구니를 안아 올리지요.

돌사자의 다리가 점점 굳어져가요.

돌사자의 자유 또한 얼마남지 않았음을 돌사자는 느낄 수 있었지요.

돌사자는 알아요.

자기에 남은 할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요.

돌사자는 사라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도서관으로 데리고 들어온 뒤

힘겹게 힘겹게 돌사자의 자리로 돌아와 웅크려 앉지요.


 

 

 

 

그리고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는 석상. 돌사자로 도서관 앞을 지켰다고 해요.

다음날, 벤은 돌사자에게 말해요.


꼭 꿈을 꾼 것 같구나. 하지만 난 알아. 사라와 아기를 구한 게 너지?

몇 년이 지나고,

한 남자아이가 누나와 함께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누나, 이 돌사자가 내 코에 내린 눈을 핥아 줬어."

누나와 남자 아이는 돌사자를 꼭 껴안았어요.

돌사자도 두 아이를 안고 싶었지요.

그러나 돌사자의 간절함이 이번에는 전해지지 않았지요.


 

 

 

비록, 누나와 남자아이를 안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주지는 못하지만

돌사자는 알아요.

자신은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다고 말이에요.

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으며

자유를 잃어 초원을 뛰며 갈기를 휘날릴 수는 없지만

타인의 감정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말이에요.

돌사자. 위대한 돌사자.

왜 위대한지, 왜 도서관 앞을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도시의 평화로움은 돌사자의 가슴 속에 담겨진 간절함을 극대화 시켜주었고,

남매의 아픔을 모른 채 자신의 삶에 집중한 많은 이들의 무관심과 모름을 표현해 주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배경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도시 곳곳에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

내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을 모른 척 살아가는 나,

오늘 아침

책을 정리하며 돌사자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녹이듯

나도 누군가를 보듬어 주는 따스함을 갖는

마음의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해야 함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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