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보푸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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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스웨터 끝에서 실이 풀리고 있어요.

금방이라도 솔솔 풀려 스웨터에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아요.

스웨터 끝을 바라보는 작은 소녀의 표정에서는 놀라움도 당황스러움도 없어요.

 

 

마치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실 끝을 바라보고 있어요.

실 끝이 어디인가 보니 양이네요.

서로를 향한 눈길에서 '왜일까?"라는 궁금증이 일었어요.

화를 내어도 되고, 짜증을 부려도 되며, 달라고 떼를 써도 되는데 그러지 않아요.

작은 소녀와 양은 서로에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책장을 넘깁니다.

 

 

 

 

아하! 알았어요.

환하게 웃는 작은 소녀와 양은 바로 오래된 친구이자 서로의 존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편안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주는

노란스웨터의 보풀, 바로 보푸리였던 거에요.

포근포근하던 스웨터는 입기 시작하면서 털은 거칠어지고 포근한 감촉은 점점 사라지고

소매와 배, 허리춤의 부분엔 보풀이 생겨 작은 알갱이를 지어요.

그것을 양으로 표현하고 그의 이름을 "보푸리"라고 불러요.

보풀이 난 옷을 정리하기 위해 보풀제거기를 사용하는 요즘,

보풀이란 작은 알갱이가 양이 되어

작은 소녀 곁을 머물고  "보푸리"란 이름으로 불리며

소녀에게 존재를 인정받아가는 과정을 그림을 통해 보면서 마음 속이  따뜻해져 왔어요.

 

 

 

 

우리집엔 파란 비치타올이 일년 열두달 365일 침대 위에 놓여 있어요.

2005년 첫아이 탄생을 앞두고

타올가게에서 구입한 첫 타올이에요.

아이의 목욕수건으로,

더운 날 아이의 잠자리 이불대용으로,

엄마와의 숨바꼭질에 사용하던 타올이에요.


13살이 된 첫째에게 그 타올은 엄마이며 추억이고 따뜻함이지요.

한여름 팔에 끼고 자면서 덥다고 해요.

타올을 빼고 자면 덜 덥다고 해도

타올이 있어 지금 참을 수있는 거라고,

타올이 있어 덜 더운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지요.

일주일에 한 번 세탁을 할 때면

볕과 바람이 제일 잘 드는 곳에서 호강하는 것이 바로 파란색 긴 타올이에요.


13년을 꼬박 끼고 달고 다닌 덕분에 끝자락이 갈라지고 중간중간 낡아 속이 비치는

그 타올은 아이에겐 가장 소중한 물건이에요.


작은 소녀에게 보푸리는 우리 아이의 타올같아요.

첫눈에 들어와 내 맘을 편안하게 해 준 그것에 

내 마음을 온전히 빼앗겨

시간이 흐르는 만큼 그것에 대한 사랑이 솟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 마음,

바로 애착이지요.



 

우리집 아이가 열살이 되던 해,

타올을 옷장 속에 넣고 이별하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이는 준비되지 않았는데 열살이란 나이를 이유로 부모에 의한 강제적 이별이었지요.

아이는 얼마나 서럽게 오래 울던지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친구에게 싫은 소리 들었을 때와는 다른 눈물이었어요.

울다 잠든 아이가 이불을 꼭 안고 자는 모습에서

허전함과 부모의 이기적인 잣대로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살은 여전히 어린 아이이고,

나에게 내 연필,

 내 수첩이 소중하듯 아이에겐 기껏 해봐야 타올 한장인데

부모라는 이유로 가장 소중한 것과의 이별을 강요했다는 것이

아이만큼이나 엄마인 저에게도 상처가 되었어요.

잠자는 아이의 손에 타올을 안겨주자 잠결임에도

볼을 부비며 편안하게 잠이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타올은 그냥 타올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제는 저에게도 파란색 타올은 아이가 되었고,

침대 위에 놓여 한 자리를 차지하는

또 하나의 존재가 되었답니다.


 

 



 

여전히 타올 사랑에 빠진 우리 아이에게 보푸리의 작은 소녀는

자신의 모습이기에 읽는 동안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

보푸리가 모두 풀려 동네를 헤매일 때 책장을 빠르게 넘겨 다음을 궁금해해요.

마치 타올과 이별한 자신의 아픔을 작은 소녀도 겪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나봐요.


애착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며

그 애착으로 인해 마음 속 평온이 유지되는 것이지요.  


작은 소녀와 보푸리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소중한 것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마음으로 기준할 수 없는 것이며,

나만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사랑이

담겨진 또 하나의 나임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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