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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고 싶은 날
강심옥 외 24명 지음, 김민희 외 20명 그림 / 북극곰 / 2017년 1월
평점 :
시는 노래이다.
시는 마음의 표현이다.
시는 짧은 글이 주는 긴 여운이다.
시는 잔잔한 돌 하나 준비하라 한다.
시는 누구나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관대함을 가진다.
몇해 전, 곡성 할머니들의 시를 읽고 한참동안 마음 속을 맴돌아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친정엄마 같고, 나의 언니 같고, 나의 친구 같아서 울었고,
내가 알지 못했던 그 시대를 겪어왼 그들의 고통과 애절함, 그리움이 느껴져 울었다.
할머니들의 글은 꾸밈이 없어서 시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내가 읽어도
그들의 감정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고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글이 주는 힘인 것이다.

몇 문장만으로 겪은 인생 단막을 이해하는 것은 지나친 오류이지만,
시 속에 담긴 인생의 한 장면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리워하다가 속상해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가 주는 힘이고, 시만이 주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할머니의 뒤를 이어 어린이들이 시와 그림을 엮어낸 『잘 보이고 싶은 날』은
애잔함이 들어 한참 들여다보고 또다시 돌아가 읽으며 아이들의 그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꾸밈없는 아이들의 표현에 당황스러웠고, 아이들의 깊은 마음에 미안하고감사했으며, 철부지 아이들의 시선에 순수한 미소가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따뜻하고 그냥 좋았다.

시는 노래한다.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노래하고,
우리들 마음에 흐르는 여러 모양의 감정들을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쏟아내듯 노래한다.
곡성 아이들이 마음을 털어내듯 노래한 여러편의 시와 그림을 감상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낭송하며
또래 친구들이 가진 감정은 무엇인지 나누면서
곡성 아이들이 쓴 제목을 빌어와 똑같은 제목의 나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아이들의 마음이 짧은 글 속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
읽은 동안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보듬어주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글은 함께 나누어야 제맛이다.
읽고 생각하고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공감해주었을 때
글은 또 다른 주인을 찾아 살포시 내려앉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