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 루시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2
김지연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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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의 학교에 볼일이 있어 잠깐 들리면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앞 뒤 공간을 이용하여 공기와 카드놀이, 보드게임을 하느라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이 피고 사뭇 진지한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이렇게 즐겁게 친구와 어울리는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 조금 밖에 못 놀았다고 아쉬워한다. 날씨 좋은 날, 나가서 놀라고 하면 모두 하교 후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함께 놀 친구가 없다고 집에서 놀겠다고 한다. 하루에 3~5개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가면 안 되는 곳이 되었고, 친구와 노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몸을 부딪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다투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함께의 즐거움을 배워야 할 기회를 놓치고 있음에 부모로 어른으로 안타까움이 절로 생긴다.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고양이 루시는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날씨 좋은 날, 지붕 위에서 바라본 풍경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든다. 그 아름다움은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을 만큼 평화롭고 최고의 풍경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밝게 빛나는 태양, 한적한 시골 마을의 평화로움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이 시간이 루시는 마치 자기 세상 같아 황홀하며 이 아름다움을 혼자만 만끽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와 너는 다름을 이렇게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붕 위의 루시를 올려다보는 친구들은 루시가 느끼는 행복을 함께 느끼고 싶어 했지만 루시는 용납하지 않는다. 지붕 위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린다. 친구들이 함께 공놀이할 때도, 머리를 맞대고 먹이를 먹을 때도, 나른한 오후의 낮잠을 즐길 때도 루시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누리고 있음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즐거움도 배고픔도 졸음도 참아 이겨낸다. 루시가 느끼는 행복은 과연 얼마나 될까?

 

몸을 굴리며 놀고 싶은 자유와 허기짐, 따스한 햇살 아래 몸을 누이는 편안함 그것을 모두 포기할 만큼 아름다움이 좋았을까? 루시는 나만이 누리는 그 여유가 오직 나에게만 주어지는 그 삶을 너무나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만 있으면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찬란한 햇살아래 도도한 자세의 루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쳐감이 느껴진다. 루시의 눈동자의 크기와 눈썹의 변화, 입꼬리의 길고 짧음과 입꼬리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어 책장을 넘기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붕 위를 지키기 위한 루시의 노력은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건 루시의 선택이었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몰랐을 뿐이다. 루시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화창하던 날씨는 곧 비를 내리고 친구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다. 멀어져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 루시는 비만큼이나 마음속으로 후회의 눈물을 흘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하고 있던 루시도 지붕을 내려와 집으로 향한다. 지붕 위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앉아 있던 루시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늘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풍경도 잠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이는 마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늘 행복하다고 항상 모든 걸 다 누리며 사는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 힘들다고 내일 또 힘들다고 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잠깐 보여주는 듯 하다.

 

비가 개이고 하늘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다. 오늘은 루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루시는 친구들을 향해 잠깐!”하고 외친다. 그리곤 다함께 지붕 위에 올라가 풍경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게 된다. 루시는 내린 비와 함께 자신의 욕심을 말끔히 씻어 내린 것 같다. 햇살만큼이나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루시는 알았다.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따스하고 즐거운지를 말이다. 루시는 풍경의 아름다움도 함께였을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로 지붕 위에 앉아있다는 것 또한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도구의 발달로 점차 멀어지고, 혼자 즐기는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함께의 의미 또한 소홀해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사회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이 ’, ‘가 아닌 우리의 의미를 바르게 알고 함께 하는 소통의 문화에서 배우고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붕 위 루시혼자에서 함께가 되었을 때의 밝은 미소처럼 우리 사회 또한 함께 걸어서 따뜻한 사회로 변화되길 소원하며, 어른의 한 사람으로 노력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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