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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와 원더마우스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1
조승혜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평점 :
우리 집에는 동동이 한 분이 있다. 항상 바쁘면서도 제일 여유가 넘친다.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이 들어온다. 그리고 5분이 지난 후 다시 확인에 들어가야만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후 나의 시선이 동동이에게 향해 있음을 감지한 동동이는 씩 미소를 날리며 다음 행동을 개시한다. 내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아이였을 때 기다림 없이 엄마인 내가 척척 해 주었기에 아이가 스스로 할 기회를 빼앗겨서 그런 건 아닐까? 아님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많이 고민하고 속상해하며 아이에게 ‘빨리 빨리’라는 말로 재촉하며 다그치기에 이르렀다. 유독 내 아이만 이런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말이다.
속이 시원하다. 세상에 우리 집 동동이가 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의 불안감은 저만치 사라지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동동이. 바로 북극곰 출판사에서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나온 『동동이와 원더마우스』가 고민으로부터 탈출시켜주는 나의 특효약이 되어 주었다.
동동이는 엄마의 말에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 있고 게임과 이별을 할 줄 모르며, 쇼파에 누워 간식을 먹으며 TV시청에 빠져 학교 가는 시간도 스스로 챙기지 못한다. 동동이의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침 대답과 동시에 입이 벌떡 일어나 샤워하고 양치하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학교도 입이 먼저 출발하기에 이른다. 놀란 동동이는 입을 따라 욕실로 식탁으로 학교로 뒤따르며 정신없이 교실에 앉는다. 우리의 동동이가 이렇게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인 듯 하다.
친구와의 생활은 좀 다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 동동이의 일관된 모습이다. 축구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대답과는 달리 가방 멘 채 서 있는 동동이. 축구골대에 골인을 하고 돌아오는 입의 여유로움. 친구들까지도 동동이보다는 입이 축구를 잘 한다고 부추긴다. 골이 잔뜩 난 우리 동동이는 입을 꽁꽁 묶어 달면서 “칫, 내가 공만 차 봐라. 바르셀로나도 간다.”한다.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입은 정말 빠르다. 바르셀로나 운동장에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없어진 입을 찾고 또 찾지만 동동이는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동동이의 말을 실행에 옮긴 입이니까. 뉴스 해외토픽으로 입을 찾은 동동이는 바로 비행기에 오른다. 운동장을 누비는 입을 향해 뜰채를 휘두르는 동동이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떨어진다. 당혹감이 어린 얼굴에서 우리 집 동동이를 만날 수 있었다. 기다리던 엄마가 화내기를 포기하고 앞서서 대신 일을 치르고 나면 우리 집 동동이가 짓는 바로 그 표정이다. 그 때마다 웃어주며 “엄마가 우리 동동이 위해서 봉사했다.”라고 말해주었더라면 함께 기분 좋을 수 있었을 텐데 엄마인 나의 기분이 앞서서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엄마를 보면서 우리 집 동동이는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이제야 아이의 감정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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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찾은 동동이는 다시는 못 도망가도록 꽁꽁 묶어 집으로 향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할 말이 남아 있다. “네가 달나라를 가 봐라. 내가 못 잡나….”
동동이는 이제 입을 찾는데 선수가 되었다. 달에 누워 우주를 바라보며 입과 함께 멋진 휴가를 보내고 있으니까. 달나라 다음에는 어디로 가려 할까 자꾸만 궁금해지는 동동이의 입니다.
우리 집 동동이는 항상 말한다.
“이 책 조금밖에 안 남았어. 이거 마저 읽고 하려고 했어.”
“지금 책상 정리 중이었어. 정리해서 나온 먼지랑 같이 버리려고 했어.”
“과일 먹고 양치하려고 했어.”
맞다. 안 하려고 한 건 분명 아니었다. 엄마가 말하니 대답을 미리 해 놓고 자기 스케줄에 맞춰 다음 행동을 하려고 했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대답과 행동의 시간 차이가 나다보니 엄마인 나로서는 기다리기 보다는 다그침이 먼저가 되었던 거 같다.
말이 먼저 앞서고 행동은 뒤로 미루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동이와 입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동동이와 원더마우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터지는 웃음은 마지막 장이 나올 때까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 즐거움과 재치는 아마도 아이도 나도 서로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 선이 배가되었던 것 같다. 하려고 하는 아이, 했으면 좋겠는 엄마, 기다리기가 힘든 친구. 서로가 원하는 것을 ‘빨리’라는 말 속에 담아내려고만 했던 것이 아이를 스스로 할 수 없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되었다. 조금 늦어도 기다려주고, 아이와 발 맞춰 나가는 속도를 가져준다면 입과 몸이 따로 움직이는 동동이는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 우리 집 동동이에게 기다림의 미덕을 베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입을 찾으러 바르셀로나나 달나라로 모험을 떠나게 할 간 큰 엄마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