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의 알을 찾아라 책읽는 가족 51
백은영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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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라는 소리만 들으면 난 요즘 아이들 말로 “헉~”하는 갑갑증이 생긴다. 암기에 너무나 약한 나는 학창 시절 역사 시간이 너무나 재미없었다. 흐름을 전달해주기 보다는 연도와 인물, 사건들을 정리해 주며 무조건 외우라는 식의 수업이 난 너무나 버거웠고, 시험에서도 똑 떨어지는 답은 아싸~ 하며 정답을 맞힐 수 있었지만, 국사와 세계사를 연관지어 낸 문제에서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 때의 힘겨움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 방송매체를 통해 보는 사극에서도 난 재미난 이야기로만 볼 뿐, 역사의 흐름까지 알아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나라가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하게 느껴질 때면 나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아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것이 역사를 만나는 나의 솔직한 모습이다.
처음 “주몽의 알을 찾아라”라는 책 제목을 본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피하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언젠가는 아이와 함께 나눌 인물 이야기에서 엄마가 깊지는 않지만 전해주는 작은 이야기가 아이에게 흥미를 끄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큰 효과는 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기에 손에 잡기까지는 쉽지 않았지만, 굳은 결심을 하고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쩜 좋지?

책 속으로 자꾸만 빠져 들어가는 것이, 비가 내리는 날이라 오랜만에 김치전이라는 별식을 준비하는 내 손에서 떨어지지가 않아 김치전을 까뭇까뭇하게 태웠음에도 눈길은 자꾸 책 속으로 빠져 들어만 갔다. 이렇게 재미난 역사 뒷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니…

가상한 이야기만 어떻고, 판타지면 어때?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 그리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만으로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모두 전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서울과 평양 그리고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현우와 금옥이. 그리고 검은 늑대와 연 교수님.
방울 소리와 함께 찾아온 청동거울, 청동거울은 통일이라는 의미를 달고 현우와 금옥이와의 만남을 이끌어가고, 주몽성하의 사당을 지키는 열쇠지기 가문과 자물쇠지기의 가문의 자손인 검은 늑대와 연 교수님. 그들의 만남에 바탕이 되고 있는 고구려 안장태왕과 백제 처녀의 설화가 허구가 아닌 역사 속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며 그 속에 담겨진 의미들이 하나 둘 밝혀질 때마다 재미와 숨가쁨은 고조되어 간다.  
유화 부인에게서 태어난 알은 활을 잘 쏘는 청년이자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주몽의 태생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일 뿐, 알은 주몽이가 아닌, 주몽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새로운 설에 의해 전해지는 신비로움과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주몽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솔깃하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주몽의 알을 찾아라』를 통해 여러 의미를 찾고 느낄 수 있다.

생활양식도 언어도 다른 현우와 금옥이가 서로를 믿으며 그리워하는 마음 아래에는 한민족이라는 곧 통일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냈음을 알 수 있다. 강한 남자 검은 늑대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유물들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역사 왜곡과 역사의 중요성보다는 개인을 앞세우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허구라는 장식을 단 판타지 동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서 서로가 알고 있는 역사 사실부터 또 다른 방향으로의 생각을 나누는데 무척 흥미로운 시간을 줄 수 있다.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통틀어 말한다. 우리가 입는 옷부터 시작하여 먹는 음식까지도 후손에게는 역사가 되고, 삶의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혼을 그대로 담아 보존되어 온 유물의 자취가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과 다함께 지켜나가야 하는 시간임을 전하고 있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 속에 우리의 삶을 엿보고,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정신을 느끼는 시간, 이것이 바로 『주몽의 알을 찾아라』가 나에게 준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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