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쓰비시 사거리의 거북이 15
안선모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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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쓰비시

안선모 장편소설

청어람주니어

사거리의 거북이 15』



2021년 11월, 출판사 청어람주니어에서 마지막 신간 소식과 함께 나에게 책을 한 권 보내주었다. 너무나 생소한 말 「미쓰비시」 대체 이 낱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굿바이, 미쓰비시』라는 제목의 책, 멀리 보이는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그곳을 향하다 멈춘 듯한 소년, 소년이 가고자 한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소년이 가고자 했던 그 마음은 무엇일까. 「미쓰비시」라는 낱말이 마치 소년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궁금증에 나는 책장을 서둘러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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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쓰비시』는, 작가 안선모 선생님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역 이름이 '삼릉'이라 붙여진 것에 대한 호기심과 머물렀던 집이 품고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다.

나에게 너무나 생소했던 「미쓰비시」는, 일제강점기였던 그 시절에 무기를 만들어내던 조병청을 도와 철판을 만들었던 군수공장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 추억을 안고 있던 집은,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숙소인 줄사택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짓겠다 결심하게 되셨고, 지금 내 손에 들린 『굿바이, 미쓰비시』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끝까지 모르는 척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의 노력과 열정은, 「미쓰비시」군수공장에서 일했던 수많은 강제 노역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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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인수는, 부모를 잃고 훈장어른에서 길용 아재 손으로 옮겨가며 자란다.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이는 없지만 인수는 학교에 다니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맹랑하면서도 당당한, 절대 기죽지 않는나름 꽤 멋진 녀석이다.

길용 아재의 벌이가 신통치 않아지면서 인수는 학교를 그만 두게 되고, 배달꾼이 되어 가게 한 켠에 머물게 된다. 일본의 강제 명령으로 문을 닫게 된 서당이 야학으로 다시 열린다는 소식에 인수는 배달가는 길이 설레기만 하다. 일본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조건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된 야학이지만, 조건은 조건일 뿐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로운 민족임에 틀림없다. 야학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더욱 힘을 실으며 조선 땅에서 우리가 당당히 설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가슴 속에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꼬맹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은 가져야 돼."

깍두기 형이 어쩐 일인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조선이 다시 일어나려면 힘이 있어야 해.

힘은 꿈이 있어야 생기는 거고."

"형, 나도 꿈은 있어."

"무슨 꿈?"

"조병창에 취직하는 꿈."

그 말을 듣자, 형의 얼굴이 먹구름보다 더 어둡게 변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굿바이, 미쓰비시』 59~60쪽

 

무기를 만든다는 것만으로 인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조병창, 야학에서 훈장어른과 깍두기 형이 조심스레 하는 말, 일본인들의 안하무인 행동과 같은 조선인임에도 조선인을 무시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더해지면서 인수는 "왜?"라는 의문을 품는다.

인수의 "왜?"는, 조병창 취직을 꿈으로 가졌던 인수와 또다른 세상으로 발돋움으로 인수로 변화하는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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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는, 매우 똑똑하며 당당한 소년이지만, 열세 살 철부지일 뿐이다.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매일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는 조병창이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힐 수 있고, 조병창 내부를 구경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일 수 있다. 그러나 인수는 그것이 조선을 짓밟은 일본인들의 횡포이며, 조선인을 노예 취급하는 일본인들의 무력 행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무지에 탄식한다. 조선땅에서 조선인이 당당하지 못한 세상, 인수는 이제 안다. 조선을 찾기 위한 힘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말이다.

 

괜히 화가 났다. 왜 화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고 그냥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난 것 같았다. 또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날씨가 더운 탓만은 아니었다.

『굿바이, 미쓰비시』 98쪽

 

역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바르게 알고 당당하게 서라고.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자 지혜이며 뉘우침이다. 인수가 역사를 알고 자신의 무지를 탄식했듯,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새기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일본이란 나라가 조선에서 당당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아픔은, 우리에게 참된 힘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게 해 주었으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일어서는 결의를 가슴 속에 심어주었다.

우리는 "굿바이, 미쓰비시"를 외치던 그 날, 역사 속에 새로운 삶의 시간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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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모 선생님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아픈 역사의 한 장면과 새로운 삶을 열게 된 '인수'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인수의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것이 아닌 삶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을 성장시키는데 크나큰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굿바이, 미쓰비시』의 신간 소식과 함께 전달된 책갈피 두 장은, 마치 총알의 모양을 본딴 것 같기도 하고, "굿바이, 미쓰비시"를 외치는 함성이 하늘을 뚫고 지나는 듯한 형상을 닮은 듯 하다. 사실 나는 책갈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책갈피의 두께로 인해 책장이 벌어지거나 구김이 남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굿바이, 미쓰비시』 책갈피는 아주 얇아서 책장에 전혀 무리가 없어서 보고 또 봐도 마음에 쏙 든다. 꽤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굿바이, 미쓰비시』을 읽었다면, 생각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막연하게 줄거리 파악과 총평이 아닌, 인물이 처한 상황과 대화, 인물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또 다른 경험을 한다면, 책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거리의 거북이 15. 『굿바이, 미쓰비시』 독후 활동지는

생각 그물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

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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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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