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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만나기 대작전 ㅣ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10
김명진 지음, 전명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7월
평점 :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
김명진 글. 전명진 그림
청어람주니어』
나에겐 아주 다정하고 든든한,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귀한 손님이 있다. 첫째가 세 살이 되었을 무렵, 식탁이든 거실 테이블이든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못하게 했다. 첫째의 귀한 친구 '괴물'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기 때문이다.
책 볼 때도 만들기할 때도 간식먹을 때도 항상 첫째의 옆자리를 채우던 '괴물', 그 손님은 고등학생이 된 첫째에게는 첫 친구이자 동생이었고, 혼자있는 첫째의 가장 귀한 손님이었다.
청어람 주니어에서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출판된 동화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이라는 제목을 만나는 순간, 우리집에 잠시 머물렀던, 한동안 잊고 지냈던 '괴물'이가 떠올랐다.
동화 속 친구들에게 '외계인'은 어떤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손님? 친구? 상상? 그 무엇이든 지금의 시간에서 외계인은 절실한 존재임엔 틀림없을 거라 여겨진다.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은, '외계인'이라는 허구의 존재와 더불어 다양한 가족의 모습과 친구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무척 사실적이고 공감을 갖게 하는 동화이다.
어린 나이에 헤어진 아빠를 만나기 위해 섬에 갈 계획을 세운 철구는찾아오는 친구들의 물건과 교환하는 '아무거나 교환소'를 운영하며, 그것들을 모아 '번개장터'에서 팔아 차비를 마련하고자 한다. 아빠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은 엄마가 밉지만, 더 미운 건 여자 아이 이름을 '철구'라고 지은, 센스없는 아빠에게 따지고 싶다는 철구의 말에 보고픔과 그리움이 깊게 자리하고 있음이 느껴져 마음 한 켠이 짠해온다.
가을이와 한바탕 하면서도 친구들의 동정을 산 안나는 철구에게 무당벌레 브로치를 건네며 사라지게 해 줄 것을 부탁한다. 철구는 안나의 브로치가 탐나는 마음과 지하실에서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이란 공책을 언뜻 본 것 같아 가능할 것 같다는 긍정의 대답을 하고야 만다.

안나를 사라지게 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은 생각처럼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는 안나, 안나의 다리에 가득한 멍자국과 결석의 이유 그리고 가을이가 직접 목격한 안나의 도벽까지.
안나와 절친이 되고 싶은 맘은 1도 없지만 안나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까지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철구는 자신도 모르게 안나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말았다. 절대 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모른 척 지나가려고 해도 안나가 창을 통해 보내는 모스 부호가 자꾸만 아른거려 과감히 등을 돌릴 수가 없다.
철구는, 지하실에서 발견한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 공책은 어린 시절 혼자였던 아빠가 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안나도 아빠처럼 지금의 고통을 잊고 싶은 간절함이 있어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철구에게 상처가 될까 숨겨왔던 아빠의 존재는, 철구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안나를 향한 안나 아빠의 사랑과 아빠의 사랑이 힘겹기만 한 안나, 얄밉고 싫지만 친구의 비밀을 웃음거리고 만들고 싶지는 않은 안나를 향한 가을이의 마음, 아빠를 외롭게 만든 죄로 몇년째 곁을 지키는 할머니의 기다리는 사랑까지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은 가족을 지켜내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과 친구를 향한 마음을 잘 그리고 있다.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외계인'이라는 존재로 하여금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간절함과 외로운 자신을 누군가에게 의자하고픈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출간된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은, 친구 그리고 가족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감의 시간을 갖게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것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상대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부터 가져보면 어떨까?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관계라는 고리를 만든다. 그 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한 우리에게는 '이해'라는 필수 조건이자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외계인 만나기 대작전』을 읽으면서 나에게 부족한 새로운 기술 하나 터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분명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청어람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성으로 쓴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