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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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글.

                                                                                                                                                                                                 우리학교 』 

 

 

뉴스 사회면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기사의 내용을 살피면 '학폭' '살인' '폭력' '학대' '괴롭힘' 이 마치 유행어처럼 반복되고 있기에 이꽃님 작가의 신작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 꽤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를 만드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을 키우는 엄마로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어내기가 조금 두려웠다. 청소년기를 살아내고 있는 나의 아이들과 함께 읽을 생각을 하니 더욱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분명 이런 일도, 이런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읽고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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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은 아빠가 붙여준 변호사 앞에 앉아 변호사가 말하는 대로, 변호사가 그려놓은 대로 그날의 시간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것만이 주연이를 무죄로 판결 나게 하며, 아빠가 그동안 일궈놓은 것에 티를 남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단짝 친구 서은이와 주연.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서은이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17살 주연이는 유력한 살인 용의자가 된다. 서은이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주연이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유일한 단서가 되는 벽돌엔 주연이의 지문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것뿐. 주연이는 말해주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믿고 싶은 대로 자신이 서은이를 죽인 게 맞다고.

 

 

그렇게 되면, 서은이 엄마도 더 이상 서은이가 외롭게 마지막을 보냈을 학교에 매일 나와 사무치는 슬픔에 젖어있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죽이고 싶은 아이』는, 서은이의 죽음 이후에 이뤄지는 두 소녀의 주변 인물들이 증언하는 인터뷰와 주연이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서은이와 주연이의 관계를 짐작하고, 주연이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주연이란 인물과 한 발작씩 다가가는 시간을 제공한다.

 

 

두 소녀의 이야기는 연일 기사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로 쏟아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기자들이 써내려간 기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진실을 덮어버리게 하는, 마치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그 동안의 나는 어떠했는지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사실이 되는 거야. 팩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묻잖아. 네가 그랬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어차피."

"뭐?"

"어차피 …… 안 믿어 줄 거면서."

 

 

주연이는 모든 것을 갖췄지만 곁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아이였고, 서은이는 어느 것 하나도 없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외로운 아이였다.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한 나름의 행위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되었고, 이 관계는 서은을 향한 감정이 집착으로 변형되면서 주연은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된다. 죽이고 싶을 만큼 서은이가 간절하게 필요한 주연, 정말 서은이를 향해 벽돌을 던졌을까.

 

 

『죽이고 싶은 아이』는, 우리의 현실을 매우 비슷하게 똑닮게 쓴 청소년 소설이다. 친구가 살인 용의자가 된 사건은 그들을 둘러싼, 사실 그대로인 진실보다는 믿고자 하는 것이 진실이 되는 아프고 씁쓸한 현실을 드러내면서 독자의 마음을 헤집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알고자 하는 믿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남긴 『죽이고 싶은 아이』 또다른 진실이 세상으로 드러날 날만을 간절히 기다려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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