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책 속의 또 다른 세계이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아도 그림이 주는 느낌을 제각기 다르게 느껴도 되는, 그 어떤 것도 통하는 책 속의 세계, 바로 그림책이 갖는 매력이고 의미가 아닐까.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바로 그림의 힘이고 그림책만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한단계 상승시켜주는 뿌듯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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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만난 그림책은 보물창고에서 출판하고 라울 콜론의 작품 『상상해 봐!』 이다. 책의 전체를 가득 채워넣은, 사실적인 그림과 선과 점으로 그림을 그려낸 기법이 몽환적이면서 기분을 살짝 설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보드와 헬멧을 든 소년과 다리에 그려진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 그리고 그 뒤로 그려진 도시의 모습이 햇살과 어우러져 고요함과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설렘을 담아낸다. 소년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용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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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보드를 타고 도시의 거리를 지나 우연하게 만난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미술관 앞에서 잠시 멈춘 그는 물품보관소에 보드와 헬멧을 맡기고 입장을 시도한다. 낯선 건물 안에서 그는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의 눈을 빛나게 만든 그 곳엔 무엇이 있을까.

자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을 가진 소년은,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마음이 뻬앗긴다.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갈 줄 아는 소년의 여유로움과 처음을 시작할 줄 아는 용기가 부럽다. 부모와 함께가 아닌 스스로 입구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소년의 도전이,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교육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스로가 선택해서 그 곳을 향해 걸어가는 당당함이 아닌 부모가 먼저 장소를 물색해서 '보여줄게', '너희들 이제부터 보면 돼'라는 식의 이끔 교육에 치우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하다. 소년의 선택에 의한 첫발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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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처음 만나는 그림들과 마주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소년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소년은 그림을 통해 가슴 속에 웅크려 있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유로움, 흥겨움, 함께하는 즐거움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운다. 그림을 통해 흘러나온 자신의 감정들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자유와 아름다움이 절로 느껴진다. 예술작품이 또다른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시간에 함께 있는 듯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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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춤으로,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소년의 가슴에 울림을 전한다. 작품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는 소년의 눈과 귀, 입을 즐겁게 하며 그의 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

『상상해 봐!』 는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미술관의 작품을 만난 소년의 감정을 표정과 몸짓, 그를 둘러싼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즐겁게 표현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듯 그들 속으로 녹아내린 소년의 모습에서 충만함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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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며 작품 설명에 집중했던 나에게 소년은, 내 마음에 자유를 불어넣어준다. 나의 솔직한 즐김이 작품을 향한 예의이고, 작품을 향한 나의 열린 마음이 비로소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함께 연주를 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그림이 주는 힘이다.

소년의 상상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소년의 상상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우리 가슴 속에 숨겨져 있을,

상상에 날개를 더할 수 있는 용기, 이제는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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