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북숭이 내 친구
윤혜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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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북숭이 내 친구' 라는 제목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한 궁금증과 나도 모르게 흘리는 웃음을 참으며 책장을 펼치게 하는 동화를 만난다. 다섯 아이들의 다섯 이야기를 실은 『털북숭이 내 친구』 는 Wee 센터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며 함께라는 시간을 보내는 작가 윤혜정님의 마음을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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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울보'로 불릴 만큼 꽤나 자주 많이 울었다. 나를 울보로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이 세운 이는 바로 골목 하나를 두고 산 고모부였다. 아들만 둘인 고모부는 나를 막내딸이라고 부르며 예뻐한 만큼 하루라도 나를 놀리지 않고, 울리지 않고는 잠이 안 온다 할 만큼 짖궂은 장난을 치셨다. 터진 울음보 앞에서도 장난은 가시지 않았으니, 나는 동네에서 '울보'로 통할 만큼 울고 또 울었다. 그 때는 그리 싫었던 고모부의 장난이 어른이 되고 보니, 말 몇 마디에 울음보를 터뜨리며 씩씩거리는 어린 내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재미있었을까 싶다.

내가 오늘 만난 『털북숭이 내 친구』 의 다섯 아이들의 모습이 나에게 딱 그렇다. 가슴 아파 우는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머리 쓰다듬으며 미소가 지어지고, 고민을 끌어안고 씩씩대는 모습에는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이들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고민들을 이겨내고 자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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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지팡이로 나의 신체 중에 한 곳을 바꿀 수 있다면? 고민 끝에 한 곳을 정했는데 발표와 동시에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만 준모.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그리움으로 가득찼던 엄마에 대한 원망과 보고픔, 미움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승환.

반려동물을 동생으로 키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지고 싶지 않아 털북숭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고는, 친구들을에게 낮잠을 즐기는 아빠를 당당하게 보여주고만 관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손녀의 허전한 마음이 안쓰러워 음식으로 대신하여 친구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어 풀이 죽은 수정.

아빠 나이 자랑이 할아버지들의 나이 자랑으로 넘어가면서, 구슬치기 대장의 실력까지 탄로나고 마는 할아버지를 둔 준영.

다섯 아이들의 다섯 가지 이야기가 담긴 『털북숭이 내 친구』 는 단편 영화를 보듯 장면 하나하나가 그려져,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가깝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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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솔하게 쓰여진 글을 읽을 때 나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털북숭이 내 친구』 를 통해 어딘가에 있을 다섯 아이들을 만나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함께 웃어준다. 그들의 마음에 담긴 슬픔 한 조각을 나누고, 반가움을 함께 웃어주면서 그들의 마음에 따듯한 햇살이 깃들길 바래본다.

아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 앞에서 웃음이 지어지는 나는 어른이다. 고모부의 장난을 웃어넘길 수 있는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어른이 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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