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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의 초록 리본 ㅣ 사계절 아동문고 97
박상기 지음, 구자선 그림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푸르른 녹음이 짙은 향을 내뿜는 한여름에 만난 동화 『도야의 초록 리본』은 숲 속 동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면서 우리에게 자연과 동물에 대한 깊은 뉘우침을 안겨준다. 우리에게 자연은 삶의 공간이고, 동물은 자연 속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간과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전한다.

고라니 솔랑은 동생 해랑이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맞은 편 울긋불긋한 숲이 있는산으로 건너가자고 고집을 부린다. 일년내내 푸른빛을 내는 잣나무숲에 사는 솔랑은, 붉게 물든 맞은 편의 숲이 궁금해 해랑이를 데리고 함께 맞은 편으로 넘어가 보기로 한다. 맞은 편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고속도로, 둥근 발 괴물이 쉬지 않고 달리는 도로를 솔랑이 잽싸게 건너 해랑이를 재촉한다. 겁많은 해랑이, 가고 싶지 않다는 해랑이는 솔랑이가 보는 앞에서 자동차에 부딪치며 바닥에 쓰러진 채 싸늘하게 식어간다.

부모를 잃고 독립하는데 힘이 된 동생 해랑이를 잃은 솔랑이는 다시 도로를 건너 돌아갈 기운이 남지 않은 채 숲에 머물게 된다. 한쪽 눈을 잃은 멧돼지 도야의 보호 아래 살게 된 솔랑이는 청솔모 청서와 까마귀 깍을 만나게 되면서 숲에서 동물들이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솔랑이가 살던 잣나무숲과는 달리 먹이 찾기가 쉽지 않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두 발 괴물이 총을 들고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숲을 지키는 멧돼지 도야와 도야가 못마땅해 호시탐탐 노리는 대발 패거리와의 결투는, 숲을 지키는 이들의 영역 다툼과 부족한 먹이로 인한 생태계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끼리의 싸움이 아닌, 그들의 공간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와 사냥을 서슴치 않는 두발 괴물, 바로 인간들이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농한기에 들어서면 산으로 향하는 두 발 괴물, 그들은 덫을 놓고 사냥개를 앞세워 총을 메고 올라오는 그들의 발걸음은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겐 위협적일 수 밖에는 없다. 자신들의 공간을 지켜내는 것, 서로의 삶을 인정하는 것, 서로의 존재를 포용하는 것이 동물과 동물, 동물과 사람 사이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도야는 새끼 멧돼지를 사냥꾼에게 잃은 아픈 기억으로, 상처입은 솔랑이를 거둬 먹이며 상처를 살펴주었다. 또한 솔랑이를 먹이로 삼지 않기 위해 고기는 입에 대지 않는 의지를 보이며 솔랑이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준다.
먹이 사냥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 겨울이 되자, 도야의 자식들은 솔랑이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이 자주 비춰진다. 그리고 더 이상 무리의 우두머리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낀 도야는 솔랑이와 청서를 잣나무숲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솔랑이와 해랑이의 뜻하지 않은 이별과 도야와의 운명적 만남, 도야와 대발 패거리들과의 경쟁 그리고 더불어 살기 위한 숲의 약속, 도야와 솔랑이의 이별과 인간으로부터 숲을 지키기 위한 동물들의 노력이 담긴 『도야의 초록 리본』
도야가 숲길에 매달은 "유해인간 출입금지"라는 표어와 초록 리본은, 우리들에게 전하는 당당한 요구이자 권리이다. 도야가 숲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매달아 놓은 초록 리본은, 우리 모두와 더불어 살고자 하는 간곡한 바람이자 간절한 부탁이다.
『도야의 초록 리본』은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과 그 곳을 탐하는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이야기로, 그들의 터전을 우리의 입맛대로 바꾸어가는 인간들에게 깊은 반성을 자아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