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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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등교를 하던 중학교 시절, 오며가며 신문을 들고 있는 어른들을 자주 보았다. 많은 활자 속에 그려진 만평을 보면서 어린이 신문에 연재로 그려지는 만화가 어른들이 보는 신문에까지 실린다는 것이 처음엔 의아했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신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 컷에서 네 컷 사이의 만평이 주는 이미지는 꽤나 확실하고도 진지하게 각인됨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이 주는 파장 또한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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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만난 카툰 모음집 『카프카와 함께 빵을』 이 영국 최고의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된 카툰을 담은 책이다. 그 동안 신문에서 만난 만평이 사회와 정치의 민낯을 꼬집었다면, 『카프카와 함께 빵을』 은 책과 문학을 주제로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한 그리고 냉철한 시선을 담아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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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과 그것만이 최선의 상상력이라고 자부했던 것을 한순간에 전환하는 톰 골드의 카툰은, 문학을 진지한 문학으로 여기며 그 속을 파헤치는데 심혈을 기울인 이들의 어깨를 아주 통쾌하게 치는 듯한 시원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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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린 책, 많은 이들에게 읽혀진 책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동안 책으로 읽지 못한 이들까지도 소비자로 이끌어내는 힘을 갖는다. 활자가 주었던 느낌과 영상이 주는 느낌은 엄연히 다른 것임을 알지만, 발전된 기술의 힘을 받은 영상은 책이 주는 상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그럼에도 난 책이 영상화하여 소비자를 만나는 문화 컨텐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학만이 가진 고유성을 배우와 현실적인 공간의 활용이 깨뜨리는 경우가 꽤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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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있는 곰은 귀엽고 앙증맞고 똑똑하기까지 하는, 관심의 대상자이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바로 책을 쓴 작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실보다는 보여지는 허상에 주목할 때가 있고, 내면 속에 담긴 메시지보다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슈에 초점을 맞추어 메시지를 덮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교양있는 곰 인형과의 인터뷰>를 보면서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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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한 권 만들어지까지의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될 일 중 하나이다. 책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 분위기, 대상 독자의 수준과 관심사까지도 고려해야만 세상에서 그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을 묵묵히 해 내고 있는 것이 작가이고 출판업계에 몸담은 많은 이들이 지금껏 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들에 의해 많은 책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카프카와 함께 빵을』 은, 짧은 컷에 그려진 단조로우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미지로 독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는 카툰의 힘을 제대로 맛본 느낌이다. 또한 작가 콤 골드가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와 책과 문학의 다양성이 가진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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