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20년 1월
평점 :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한 소년과 그의 손에 들린 책 한권이 내 눈을 사로 잡는다. 작가와 출판사, 그 무엇도 생각지 않고 책장을 넘긴 책, 바로 제리 스피넬리의 『하늘을 달리는 아이』 이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을 지나 힘차게 차올린 소년의 두 다리는 그 어떤 장애물도 건널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세상을 향한 의지가 느껴져 소년을 따라 힘차게 책장을 넘겨본다.
제프리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숙모댁으로 보내진다. 제프니는 서로에게 말을 건네지 않고 미움만 남은 숙모 내외의 삶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달리기를 시작한다. 제프리의 달리기는 그 때부터 시작하여 멈추지 않는다.

『하늘을 달리는 아이』는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제프리가 달려서 간 헥터가는 흑인과 백인들이 사는 이스트엔드와 웨스트엔드로 철저히 나뉘어져 있다. 집도 가족도 없는 제프리는 우연히 만난 아만다를 통해 책을 한 권 빌리게 되고, 그 책이 서로를 연결하는 도구가 되어 아만다의 집에 살게 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배움과 나눔을 통한 따듯함을 느끼게 된다. 흑인 마을로 뛰어들어 이방인 취급을 당하지만 제프리는 백인과 흑인인 아닌 가족의 일원임을 경험한다.
서로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선으로 마을을 구분하고, 서로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떨어져 살아가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미움을 키워가는 생활을 꾸려간다. 서로는 피부색 뿐만 아니라 삶의 모습까지도 다를 것이라 장담하지만, 흑인의 집으로, 백인의 집으로 뛰쳐들어온 제프리로 그들이 가진 오해는 껍질을 깨기 시작한다.
제프리는 미움이 가득한 가정에서 '혼자'인 삶을 선택하고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그 때부터 그의 삶은 평탄치 않지만, 그 삶을 굳건히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깊게 자리잡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가족의 해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가족이란 울타리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제프리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제프리는, 매니악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선택한다. 『하늘을 달리는 아이』는 그 동안 읽어왔던 '차별'의 주제를 다룬 책과는 분명 다르게 접근한다. 그들의 삶을 겉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제프리를 통해 그들의 삶 속에 침투하여 들여다본 것이 우리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
가족의 울타리를 과감히 박차고 세상으로 나온 제프리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가정과 인종 차별이 가진 민낯을 보여주는 『하늘을 달리는 아이』를 아이들과 함께 진지한 대화를 하기에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