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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라퍼가 간다!
김동석 지음, 나오미 G 외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12월
평점 :

'오지랖이 태평양'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그들을 '오지라퍼'라고 불러왔다. 김동석 작가의 「대왕거미 잭슨과 전갈」 이후 두번째로 만나는 『오지라퍼가 간다!』란 제목을 보면서 잠시 살짝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그 오지라퍼?!하고 말이다.
책장을 넘겨 머리글을 읽으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안도의 숨이 내쉬어졌다. 김동석 작가의 '오지라퍼'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과 유튜버를 의미하는 말로, 인간과 기계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하며, 빠르게 변화되는 현실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에 도전적인 이들을 일컫는 변화와 함께 생긴 새로운 명칭이다.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에도 변화되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손에 놓인 스마트폰이 세계를 보여주고, 식당 · 영화관 ·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할 때도 우린 기계와 손가락을 통해 대화하며 주문하고 계산까지, 은행업무도, 일주일 장보기까지 우린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아주 빠르게 해결한다. 우리 모두가 기계를 잘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이렇게 변화되고 있고, 우리 또한 변화에 발맞춰가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주워담고 있다.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그것들을 토대로 바른 소비를 하고 있을까?
현대인에게 불안 요소가 많다 보니 상상도 못 한 일들이 일어난다. 개인주의의 만연과 사회적 도덕 문제, 미래의 불확실성이 문제다. 22쪽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능력이 높은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고 통찰하는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39쪽
『오지라퍼가 간다!』는, 한 가족의 일상생활과 유튜브를 통해 만난 고양이에게 일어난 변화를 소재로 하여,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빠르게 변화되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전한다. 인간만이 가진 감성으로 이어왔던 수집과 그 동안 쌓은 추억들이 '리셋'이라는 기술로 부분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약이 개발되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간만을 삭제하는 수술이 성행하기에 이른다.
"움직이는 미래처럼 내 자신도 움직이는 거다. 뇌 세포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아 가면서 나를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움직인다. 우주 만물이 생성과 소멸의 연속이듯 뇌 세포도 죽고 살기를 반복하면서 성장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이고 내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 31쪽
인간의 감정과 정신 영역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성취감이나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공간에서가 아닌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많은 부와 가치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48~49쪽
화면을 통해 글과 그림으로 전달되던 시대에서 소리로 명령하고 명령을 받아 스스로 처리하는 시대로 흐르고 있는 현실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 주는데 비해 우리의 삶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그리워한다.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아쉬워하고 후회하고, 내가 소중히 다루었던 것들을 보며 그것이 가진 시간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이는 세상의 변화와는 달리 인간만이 가진 감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감성마저 '리셋'이라는 수술로 지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매우 쇼킹하면서도 나에게도 지우고픈 시간이 있는데… 하는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우리의 감성마저 자극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것은, 우리 주변을 혼란케 하는 또다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짐작해 본다.
우리는 성장하지 못하면 좌절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낙담하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주변을 통찰하고 신에게 의지해도 달성하고자 한 성취의 목적은 사라지고 고통과 좌절뿐이다.
자신을 망각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흔적들을 지우는 일이다. 몽땅 지우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리셋 약이 불티나게 팔렸다. 60쪽

변화되는 현실과 인간 중심의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소라는, 접속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접속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대변한다. 소라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때 뇌는 끊임없이 "멍청이, 바보 멍청이"라는 소리로 소라를 당황케한다. 읽는 동안 이 말이 내내 눈을 거슬리게 했음에 아쉬움이 있지만, 뇌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에게 뇌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하는 것 같아 뜨끔해지기도 한다.
세상이 변화되고 우리의 삶을 대신해주는 기계들이 정교하고 섬세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은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까? 이 질문은 AI시대를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속에서 살아갈 우리는 결코 우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1인 방송시대가 열린 것이 현실일지라도 혼자일 수 없는 것처럼, 다채로운 기기들의 발전이 있다고 해도 고유한 인간의 내면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을 지키는 힘, 그것은 바로 과거의 나와 현실의 나, 미래의 나를 당당하게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고 끊임없는 자신을 분석하고 능력을 개발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오지라퍼가 간다!』는,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내 삶의 나침반을 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