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낯선 한글 - 한글, 일상을 예술로 만들다
유영준.정유진 지음 / 한글공방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의 한글은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슬프고도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 최고의 발명품이자 자부심의 상징이다. 민족에게 자기 말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말이 아닌 민족의 정신이고 마음이다. 그리고 민족을 하나로 모아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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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글은 세종대왕의 노력을 거쳐 주시경 선생의 다듬질과 나라말을 끝까지 지켜낸 수많은 조상들의 눈물로 지금의 우리까지 사용하는 글자가 되어, 세상 어떤 글자보다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과학적인 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녕, 낯선 한글』은, 유영준 · 정유진 부부의 관심과 끈질긴 노력으로 세상의 빛을 보인 책으로, 우리의 한글이 가진 독창적이고 아름다움을 색과 소리, 이미지로 다양한 영역과 만나지는 연결고리를 찾아 하나하나 잘 엮어낸 마치 새로운 이야기 한 편을 만나는 듯한 꽤 흥미롭게 펼친다.

 

피타고라스는 인류사 최초로 ‘개념으로서의 수’를 도출하였고, 세종은 자연의 이치를 담은 문자 ‘한글’을 창제하였다. 피타고라스에게 수는 자연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도구였고, 세종에게 한글은 자연의 소리를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한 목표를 따라서 만든 문자였다. 탐구와 사유의 결실을 얻기까지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이해하였을까?

안녕, 낯선 한글. 16쪽

피타고라스와 세종대왕은 수와 문자의 기본 원리에 '자연'에 바탕을 두었다. 수는 자연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함이고, 문자인 한글은 자연의 소리를 자연과 가장 흡사하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서로 다른 시대에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자연이라는 공통점을 두고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어당기면서 자연에서 시작해서 자연으로 맺음으로 결과를 도출해 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수와 문자에 대해 어떤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해왔다. 우리의 이같은 자연스러움에 학문이라는 이론으로 다가가 결과가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하고, 자연의 소리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했던 그잘에 색을 더하면서도 빛을 내도록 이끌어내는 작업이 일어나는 과정을 『안녕, 낯선 한글』을 통해 따라갈 기회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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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이 만나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내는 한글 시스템은, 조합글자라는 말로 단정짓기엔 그 속에 담겨있는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소리도 모양도 의미도 글자수까지도. 이것이 바로 한글만이 가진 시스템이고 유닛이다. 우리의 한글 시스템은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글자수와 소리의 변화를 가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소리’라는 현상 속 규칙을 찾아내어 문자라는 시각적 패턴으로 완성한 한글은 자연이 자신을 패턴으로 드러내는 모습 중 하나인 프랙털(Fractal)과 닮은 부분이 있다.

한글 역시 그렇다. 천지자연과 소리가 만드는 패턴을 읽어내었기에 한글이라는 문자 역시 만들 수 있었다. 이제 21세기에 들어선 한글은 또 다른 모습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이미지 언어로서의 확장이다.

안녕, 낯선 한글. 34쪽, 45~46쪽

한글은 색과 소리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의 이미지를 떠올려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기준을 두고 그것에 맞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누구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문자의 소리마다 특유의 색과 방향을 있으며, 그것을 활용하여 또다른 패턴의 모양과 색으로 표현되어진다는 것, 문자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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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면서 지금껏 한글을 수도 없이 읽고 쓰면서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문자는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름다운 색으로 규칙적인 패턴으로, 새로운 이미지로 형상화되어진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무궁무진한 표현력을 가진 만큼 한글 변화의 끝은 어디쯤일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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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제 당시 한글의 모습과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문자는 시대에 맞추어 계속해서 변화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한글의 색을 현대적 감각과 과학적 색채계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은 살아 있는 한글문화에 새 옷을 입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안녕, 낯선 한글. 94쪽

우리 민족의 문자,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하나만 달라져도 소리뿐 아니라 의미까지도 달라진다. 이미지부터 느낌까지 변화가 가능하게 하는, 아주 예민한 문자 한글은 세종대왕부터 수많은 조상들의 피와 땀, 노력으로 일군 우리의 문자이다. 우리의 민족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자인 만큼 닦아주고 바르게 놓이도록 정돈해야 하며, 빛을 낼 수 있도록 바른 마음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한글, 한글에 새 옷을 입히고, 새로운 색을 칠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울이며 의미있는 작업을 이어가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함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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