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년, 동백꽃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1
정복현 지음, 국은오 그림 / 책고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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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두 소녀와 함께 제주도로 떠나는 세번째 여행을 시작하면서 유명 관광지를 돌았던 두번의 여행과는 다르게 마음을 채우는 여행으로 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첫번째 방문지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추사 김정희 유배지'로 알려진 <추사관>이었다.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추사 유배지와 그 곁에 지어진 추사관은 팔도를 돌아 굽이굽이 유배를 떠나는 먼길을 연상하는 계단부터 기념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추사 김정희의 다양한 글씨와 그의 업적 그리고 그가 가진 학문의 깊이를 보며 놀라움에 입이 벌어졌던 그 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 책 한 권이 바로 『제주 소년, 동백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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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좋아 아들이 태어나자 이름을 '동백'이라 이름지은 아빠는, 제사장에 놓을 옥돔을 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방장의 시비로 관아로 끌려가 회되게 매를 맞고 집으로 돌아온다. 왜구의 침입을 막는 관직, 조방장의 거짓말을 믿고 힘없는 백성을 죄인으로 삼은 관아의 횡포였던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동백이는 어머니와 두 여동생의 가장이 되었다. 죽은 아버지 앞으로 나온 군납부터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빌린 돈까지 동백이네는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동백이는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마다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조방장에 대한 미움도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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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권유로 글씨를 배웠고, 그림은 타고난 재주를 가지고 있기에 재주를 이용해 조방장을 문책할 것을 당부하는 방을 써서 붙인다. 그런데 동백이의 방은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고, 죄없는 동네 어르신까지 의심을 받는가 하면 동백이를 염탐하며 뒤를 쫓는 똥만이에게 의심을 사기에 이른다.

  

조정에서는 백성을 귀하게 여기라 하지만, 여전히 백성은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며, 관리자의 횡포로 나날이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관리자의 말만 듣고 그것이 전부 참이라 믿는 나랏님이 백성들은 얼마나 야속했을까.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보다 자식의 입에 밥 한 숟가락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이 견디기 더 힘든 고통이었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흙바닥에 그린 동백이의 그림을 눈여겨 본 한양대감, 그 동안 만난 양반과 다른 말투와 이름을 물어보는, 제주로 유배왔다는 이야기만 들은 한양대감을 직접 만난 동백. 두 사람의 첫만남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안긴다.

  

"애초에 잡초인 것은 없느니라. 사람이 그렇게 갈라놓았을 뿐이다. 어떤 것은 예쁘고 어떤 것은 못생긴 게 아니라 저마다 다를 뿐이지.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잘 것 없는 사람, 고귀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93쪽

  

동백이는 똥만이의 의심이 깊어가자 한양대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한양대감으로부터 글씨와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양대감의 곁에서 배움을 시작한 동백이는 나날이 성장하며 자신을 귀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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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만의 염탐과 조방장의 권력은 하루가 다르게 기세등등해지며,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횡포가 높아지고 동백이는 억울하게 죗값을 치뤄야만 한다. 그 때 억울해도 화가 나도 참고 누르며 살았던 마을사람들이 관아로 몰려오는, 용기를 보이면서 관아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제주 소년 동백이와 제주로 유배되어 내려와 백성의 눈을 뜨게 한 한양대감 추사 김정희와의 만남을 엮은 이야기 『제주 소년, 동백꽃』

  

신분과 나이를 초월하여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고,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 버티며 살았던 그 때의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체가 잔잔하게 가슴에 내려앉는다. 하늘을 찌를 듯한 관리들의 횡포와 무지했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던 백성들의 의리와 용기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마치 추운 겨울 당당하게 붉은 빛을 내며 자기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동백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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