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가슴 시린 동하의 일기
미상 지음 / 당동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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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꿈처럼 다가온 그해의 봄,

시리도록 아름다운 동화의 일기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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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를 잇는 과정에서 '인연' 또는 '운명'이라는 말을 곧잘 한다. 나와의 관계를 누군가가 꿰어놓은 실처럼 연결되었음을 믿고 싶은 간절함과 어긋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서로를 묶어두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주 사소한 마주침조차도 만날 이유가 있었기에 만났을 것이고, 서로가 헤어짐 또한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깊어가는 겨울, 『인연』 이란 제목을 풀어놓은 '가슴 시린 동하의 일기'라는 글에 마음이 쏠려 책장을 넘기게 된다. 가슴이 쿵 하면서 읽기 시작한 책은 어린 시절의 동하와 강옥의 알콩달콩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나의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이 떠오르면서 추억 속을 되짚어보게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곧 이사로 헤어지게 되고, 나라의 어지러움 속에서 인연의 고리는 끊어지고 만다.

그런데 '인연'이란 녀석이 얼마나 질기고 오만한 것인지, 사업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보답으로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릴 적 헤어진 동화와 강옥임을 알게 된다. 끊어졌을 거라 여겼던, 잊어야 할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그 인연이란 끈의 끝을 본 두 사람은 끈을 단단히 부여잡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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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나누는 사랑이 진심이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든,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때문이든, 동하와 강옥은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며 다가설 준비를 마친다. 서로 다른 이와 인연을 맺었지만 그 인연의 끝을 놓는 중인 두 사람은 서로가 믿은 인연으로 걸음을 옮기고 당당하게 마주선다.

이미 끝난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배우자, 이미 끝난 인연이라고 믿었던 지나간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 '인연'이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이 매우 솔직하게 그려진 『인연』 은 다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이 피어내는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 서로를 인연이라 여기는 사랑의 주황빛과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는 하늘빛,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기다려주는 보라빛이 그들의 시간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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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강옥과의 인연으로 행복했던, 아쉬움이 가득한, 그리움으로 또 다른 날들을 기다리고 있을 동하의 일기를 담고 있다. 인연을 만나 행복을 꿈꾸는 여인 동하는 우연한 사고로 아버지가 떠나던 그 날처럼 노을이 진하게 물들던 그날 사랑하는 강옥의 곁을 떠나고 만다. 그 후 강옥은 동하의 일기를 동하의 딸에게 전한다. 엄마의 첫번째 사랑이고 마지막 사랑인 그들의 인연을 글로 만나게 된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연』의 책장을 덮는다.

나의 곁에 있는 '인연'이란 연결고리로 걸려진 관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나의 인연은 어떤 색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깊어가는 겨울 밤에 읽은 『인연』

그들의 만남과 이별이 주는 또 다른 인연과 함께 하는 밤이 되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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