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고장 났다고? -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3집 푸른 동시놀이터 104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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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에는 장르가 다양하다. 그중 '시'가 제일 어려운 장르이고, 그 중에서도 '동시'가 단연 어려운 장르라 말한다. 어린아이의 심성으로 바라본 세상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글그릇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비출까?를 생각하고 표현해내는 많은 시인들, 그들의 순수함과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들이 참으로 대단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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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들에서 출판한 동시집 『매미가 고장났다고?』 는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3집이다. 이는, <푸른 동시놀이터> 블로그에 놀러온 이웃들이 쓴 시를 모아 펴낸 동시모음집으로 세번째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기성작가와 시인들로부터 5편의 작품을 추천받으면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다는, 아주 획기적이고도 무척 설레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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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고장났다고?』 에는 많은 작가와 다양한 소재의 동시가 소개되어있다. 자연과 이웃 그리고 사물과 변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작가의 마음을 담아낸 동시들이 그득하다. 동시를 읽으면서 아이가 되는 순간도 있고, 부모의 눈으로 바라본 모습에 울컥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 섣부른 잣대로 단정지은 나의 경솔함이 후회스럽게도 한다.

글이 주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냥 지나쳤을 법한 사소한 것들이 글로 형성되는 순간, 고귀하고 대단한 의미로 다가오며, 되씹어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매일꽃 - 조소정

리코더 불기 연습

삐익~ 소리만 나고

머리 지끈지끈

그때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

"매일꽃은 오늘도 또 꽃 피웠네!"

난 무슨 일이든

하다가 실패하면 관두는데

자꾸 떨어지는 꽃잎을

계속 피워 내는 매일꽃

널 보니 용기가 생겨

그래, 될 때까지

다시 불어 보는 거야

삐이 삐삐삑~삑!

 

동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진다.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아이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고, 아이가 감당해내는 그 순간이 참으로 대견하기도 어설프기도 하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어리숙함이 어린 아이에겐 진지함으로 다가선 그 모습이 참으로 예뻐보이는 것이 나에게 웃음으로 표현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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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낸다. 자연도 우주도 사랑도 친구도 모두 담는다. 아주 사소한 일상도 동시 속에 담기는 귀한 추억이 되고,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도 동시 속에 담겨지는 순간 매우 소중한 자연이 되어 우리 곁에 맴을 돈다.

동시를 읽고, 동시를 짓고, 동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마음을 노래할 줄 아는 아이들이 그 마음을 동시에 속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디어와 학습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주 귀한 시간마저 빼앗기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짤막한 동시 한 편으로 잠깐의 쉼을 선물하고 싶다. 동시 한 편으로 오늘의 피곤이 사라진다면 이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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