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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크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소녀가 있어요. 소녀는 입술이 모두 찢어지고 피붙이가 엉켜붙어 매우 불편하고 아파보여요. 소녀는 오늘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아요. 그리고 혼자에요. 아무도 소녀에게 말을 걸어오지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아요. 아무도 관심없어요. 간혹 관심을 보인다 싶으면 그건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서일 뿐이죠.
출판사 푸른책들에서 새롭게 나온 그래픽노블 『스피크』 는 작가 로리 할스 앤더슨이 13살에 강간당한 경험을 담고 있어요. 우울과 걱정으로 지냈을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힘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힘이 없어서, 너무 무서워서 침묵했던 작가는, '멜린다 소디노'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말하지 못하는 소녀들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을 말이에요.
고등학교 입학이 소녀 멜린다에게 설렘과 기대를안겨주지 못해요. 피해야 하고 맞서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받은 기분이에요.친구들의 보이는 않는 횡포와 대놓고 소녀를 무시하는 공격이 들어와도 소녀는 침묵해요. 혼자거든요. 분명 혼자가 아니었는데, 소녀 곁에는 지금 아무도 있지 않아요. 외롭지만 전학온 헤더가 있어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고 하지요.
멜린다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익숙해요. 소녀 멜린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침묵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물어보지도 않고 화를 내고 이상한 아이라고 단정짓고 말아요. 엄마 아빠도 자신들의 생각만 앞세울 뿐 멜린다의 변화에 침묵해요. 학교와 멜린다의 책임으로 회피하고 말지요.
소녀 멜린다는 아직도 아파요. 즐거웠을 파티에서 한 남학생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용기있게 경찰서에 연락했지만, 무서워 그대로 도망쳐오고 말지요. 소녀가 처음 겪은 두려움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른들도 멜린다에게 왜? 라고 물을 뿐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하고픈 말이 있는데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소녀의 답답함과 공포 그리고 불안함에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어요.
멜린다는 자유와 표현을 중요시하는 미술에 집중해요. 소리내지 못하는 자신의 답답함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해요. 여전히 어둠이 무섭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바라보기 힘들지만, 친구들의 배신과 이용하기 위한 접촉에 과감히 "싫어!"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스피크』 는 친구들과 함께 한 파티 현장에서 남학생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소녀 멜린다가 침묵하게 된 현실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에요. 여전히 사회는 약자에게 불리하며, 약자의 침묵은 무시당해도 마땅한 처사로 단정지으며, 마구 헐뜯고 조롱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요. 약자가 약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강자인 척 하는 우리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이며 선입견이 아닐까 싶어요.
천천히 기다려보세요. 우리의 귀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올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