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스 서점 - 틸리와 책여행자들 페이지스 서점 1
애나 제임스 지음, 조현진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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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릴 적 책장 한 켠을 차지했던 세계명작동화 전집. 중학교 때까지 나의 책장을 지켜준 나의 최애템이었던 책으로, 읽고 또 읽으며 나와 함께했다. 어른이 되어 내 돈으로 책을 살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명작 동화를 원작으로 모으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내 책장에는 명작동화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는 어른이 된 지금도 제목만 읽어도 설렘과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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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스 서점』 이라는 제목과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이 책은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틸리와 책여행자들"이란 소제목을 달고 있는 『페이지스 서점』 은 '틸리'라는 소녀와 책 속 인물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 페이지스 서점에서의 판타지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는 페이지스 서점이 틸리에게는 삶의 일부분인 공간으로 위로와 위안 그리고 엄마의 빈자리를 책으로 대신할 수 있는 곳이다. 틸리가 좋아하는 '소공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에 만나게 되는 책 속 인물들,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또 다른 상상 속에 빠져들게 하는 재미를 준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들도 읽는 모습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왜 그 책을 선물했는지 아는 게 즐겁단다. 책 속의 이름이나 메시지는 마치 다른 시대나 가족, 또는 다른 나라의 독자까지 연결하는 시간 여행이 작은 순간과도 같지."

틸리는 엄마가 왜 이 책들을 좋아했는지 궁금했다. 누가 봐도 사람들이 많이들 좋아하는 책들인데 말이다. 틸리는 엄마가 자기와 같은 이유로 이 책 속 등장인물을 좋아했는지 알고 싶었다. 빨간 머리 앤을 보고 엄마도 똑같은 장면에서 웃었을까? 틸리는 눈을 감고 엄마에게 가서 물어보는 상상을 했다. 30~31쪽

책은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읽는 대상에 따라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로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느낌을 서로 교환하고 공감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보다 더욱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그 즐거움을 함께 읽는 이와 함께 나눈다면 그 책은 책이 주는 그 이상의 것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두 소녀가 성장하면서 같은 책을 읽고, 어디가 좋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책읽기의 또다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틸리도 지금 그 즐거움으로 빠져들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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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명작과 틸리가 만난 명작 그리고 책 속 인물들과의 만남은, 유년 시절을 끝낸 나에게도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주며 틸리가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나라면?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어릴 적 동화를 읽으면서 혼자서 웃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나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울었고,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절로 웃음이 났던 그 때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페이지스 서점이 동화의 나라로 가는 통로가 되어주었듯, 현실로 돌아오는 탈출구가 되기도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점 구경을 한 번 하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인다.

책 밖으로 나오려면 반드시 마지막 줄을 다시 읽어야 해. 갖고 있는 바로 그 책에서."

"그렇게 하면 끝페이지에 안 갇혀요?"

틸리가 물었다.

"훌륭한 질문이야, 틸리. 하지만 아니. 마지막 줄을 읽으면 네 스스로 마침표를 찍게 되는 거야. '끝'이라고 입력하는거지. 명령어처럼 말이야. 끝페이지는 책의 끝자락에서 여행하면 갇히게 되는 곳이야. 그러면 넌 나오지도 못한 채 이야기가 끝나게 되지.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마지막 줄 읽는 것만 명심하면 괜찮을 거야. 그러면 네가 책을 읽었던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게 될 거고." 157쪽

동화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나이가 몇인지, 나라가 어디인지, 공부를 얼만큼 했는지가 아닌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준비만 되어있다면 언제든 동화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동화를 대하는 우리의 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화가 주는 매력,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이야기가 펼치는 동화의 세계가 무궁무진함에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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