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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꺼져 줄래? ㅣ 앵그리 리틀 걸스 3
릴라 리 지음, 노은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언제나 어렵다. 나이가 언제이고, 상대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어렵다. 서로가 잘 맞는 듯 착각을 하는 순간에도 '그럼 그렇지!'하고 또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로 출간된 앵그리 리틀 걸스의 이야기 『사랑하지만 꺼져 줄래?』란 제목을 만나는 순간, 웃음이 팡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시원하게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사랑 속에 책임이라는 양념을 좀 과하게 많이 치는 경우가 있다. 사랑하니까 참아야 하고, 사랑하니까 도와야 하고, 사랑하니까 사랑해야 하고 등 사랑이란 감정 속에 감정외에도 너무 많은 이유를 달아 자신을 그 속에 가두게 한다. 그것이 때로는 자신이 귀하게 여겼던 자유와 느긋함을 잃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잊게 하기도 한다는 것 자체를 잊게 한다.
『사랑하지만 꺼져 줄래?』는 앵그리 리틀 소녀가 이성을 사랑하면서 감정과 그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 그리고 사랑에 대한 고민을 동성친구와 나누는 모습을 매우 사실적이고 직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자신이 솔직함을 표현하는 것도 사랑을 지켜나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과도 맞이하게 된다.
사랑은 정답이 없다. 사랑의 형태에 따라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 전해져오며,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과 함께 맞잡은 손의 온기, 가슴의 두근거림조차도 정도의 차이로 표현되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담아내는 감정에 우리가 '사랑'이란 이름표를 달았을 땐 서로가 나누는 감정과 교감이 같아지는,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 때를 우리는 사랑한다,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앵그리 리틀 걸스가 하는 사랑은 일방적이고 직선적이다. 자신이 담아두고 있던 감정이나 말을 상대에게 그대로 쏟아낸다. 상대의 당황스러움과 물음표 가득한 의구심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당당함이라고 하고, 사랑한다고 무조건 참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앵그리 리틀 걸스의 과한 행동에 사뭇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지만 꺼져 줄래?』는 그 동안 읽었던 '사랑'이란 소재를 담고 있는 책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게 한다. 사랑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빛깔 중 하나를 내보이며, 우리가 그 동안 상대를 위한 사랑에서 상대보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사랑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어설픈 표현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기보다 확실한 언어와 말투로 상대를 제압하는 단단함이 이 책이 주는 매력이다.
사랑하니까 우리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한 쪽에서의 일방적인 맞춤이 아닌, 서로 서로 한 발 다가서기와 물러서기를 할 줄 아는 현명함이 사랑이 가진 빛깔이 더욱 선명하게 발산할 수 있다. 나와 너의 빛깔이 다르듯, 나와 네가 그린 사랑이 빛깔도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사랑이란 감정을 마음 깊이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의 새로운 빛깔 『사랑하지만 꺼져 줄래?』로운 시선과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