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1
존 D. 앤더슨 지음, 윤여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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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시절에서 참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선생님 한 분과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내 기억을 바탕으로 구분하는 기분은 아주 간단하다. 나의 자존감을 세워주었느냐, 나에 대해 알기도 전에 나를 무시했느냐다. 사회에 나와서도 연락을 주고 받았던 6학년 담임 선생님은 내가 몰랐던 나를 깨워주시고, 나의 작은 행동에도 동기 부여를 해 주신 분이다. 여전히 나의 기억속에 선생님은 항상 감사한 분이다.

그리 넉넉한 살림도 아니었고, 사남매의 셋째인 나는 그리 큰 사랑을 받기엔 자주 아픈 오빠와 동생이 있었기에 그리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서운함도 없었다. 그런 내가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 선생님이기에 나의 가슴엔 여전히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다.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조금 되었다.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을 읽으며ㅍ이젠 정년퇴직을 했을 연세이니, 또 다시 수소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유형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좋은 선생님이다. 이분들은 학교라는 고문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유형이다. 우리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미술 시간이 아닌데도 수업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학년이 바뀌어도 찾아가서 인사하고 싶고,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선생님이 바로 좋은 선생님이다.

빅스비 선생님처럼 말이다.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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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처럼 수학을 잘 하는 것도, 암기를 잘 하는 것도,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닌 잘하는 것 하나없는 평범하고도 너무 평범한 아이이다. 그런 나에게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주는 선생님이 바로 빅스비 선생님이다. 아빠의 불편한 몸으로 마음이 불편한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도, 아빠가 학교로 상담을 오거나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 항상 혼자이다. 익숙해지지는 않지만, 그게 더 마음 편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아무도 우리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지. 그럼 관심을 받기 위해 눈에 띄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거나, 다른 사람인 척해야 할 것 같기도 할 거야.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보고 있단다, 토퍼. 누군가는 다 보고 있어. 누군가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절대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마."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233쪽

 

나는 선생님과 단둘이 만나는 비밀스런 시간이 이어지면서 선생님의 존재가 가슴 깊이 새겨지고, 선생님이 학기를 마치기 전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 어떤 질문도 떠오르지 않는다. 선생님은 '췌관선암종'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빅스비 선생님이 읽어주는 '호빗 이야기'와 선생님과의 이별파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선생님은 영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가는 선생님을 학교측에서 염려와 배려 차원에서 조금 일찍 이별을 맞게 된 것이 아닐까.

토퍼와 스티븐, 브랜드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선생님과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한다. 선생님이 정한 것이 아닌 우리의 마음이 닿는 그 날로 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선생님이 계신 병원을 찾기 위해 은밀하게 준비하여 등교시간에 맞추어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선생님이 마지막 날 하고 싶다던 것들을 하나씩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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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첫 도전은 완벽할 수 없다. 여기저기서 생겨오는 변수도 받아들여야 하고, 변수가 끝나면 또 다른 변수가 그들 앞에 놓인다. 그것이 인생이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일 뿐이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그들이 오직 '좋은 선생님'과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기 위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왜? 하는 안쓰러움이 생기기도 하고, 그들의 노력에 눈가가 뜨거워지기도 한다. 그들이 거쳐가는 여정들이 고된 만큼 선생님을 향한 그들의 마음은 뜨겁기만 하다.

내가 생각해낸 최선의 답은 이거다. 인간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언제나 그럴듯하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세상일이란 게 모두 공식에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공통분모로 없애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에 공식이 있는 게 아니라 가끔은 이유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또 논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빅스비 선생님은 모든 일에는 사실 다 이유가 있지만, 다만 그 당시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208쪽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있닥. 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 마음은 뜨겁다. 아쉬워서 행복해서 후회스러워서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간절함 만큼은 같을 것이다.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을 통해 빅스비 선생님이 관계를 맺고 타인의 존재를 수용하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좋은'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더 깊게 느껴져왔다. '좋은 엄마', '좋은 선생님', '좋은 딸' 등 '좋은'이라는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수용하고, 귀하게 여겨주며, 가르침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내세울 줄 아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모두 말하자면

마지막 날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살아가면서 문득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 날들은 마치 카네이션 꽃 같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한다.

빅스비 선생님의 마지막 날. 293쪽

 

빅스비 선생님과 세 친구가 함께 하는 '마지막'은 따듯하다. 서로가 원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고, 마지막에 대한 어렴풋이 가진 소망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며, 그 시간이 결코 완벽하지 않아도, 그것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기에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 마지막을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보다는 미소가 지어지고, 서로의 마음 속에 서로가 존재하고 있음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줄 거란 믿음이 자란다.

마지막은 결코 슬픈 것이 아니다. 가슴 속에 서서히 피었다 오래도록 함께 하는 카네이션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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