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윤혜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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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은 많은 소리들로 채워진다. 책장 넘기는 소리부터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전기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까지 매우 다양한 소리들과 일상을 함께 한다. 매일 듣는 소리이기에 익숙하여 귀담아 듣지 않는 소리부터 어쩌다 한 번씩 들리는 소리에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소리까지 모두 우리의 주변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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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사전』 은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에 담긴 작가 윤혜선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소리들이 작가님의 경험과 어우러져 잔잔하게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추억을 더듬어보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과 마주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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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끝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리와 소리 설명글이 글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듯 하면서도 여운을 남긴 채 책장을 넘기게 해복 주는 매력을 갖는다.

 

 

뽀그작 뽀그작

치킨 무 씹어먹는 소리

싹둑싹둑

가위질 소리, 미안함을잘라내는소리

내 조금을 잘라 당시의 전부를 만드는 소리

우당탕

나쁜 마음을 들킨 소리, 내빼는소리

라라라라 라라라

연애하는 소리

잘그락잘그락

자몽에이드 얼음 녹는 소리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 같은 소리들이지만, 나와는 다른 추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리의 느낌이 또 다르게 느껴져 온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감정으로 나의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가 하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은 사건인데, 추억의 한 장으로 남겨놓은, 마음을 비우고 읽기에 참 편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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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사전』의 작가 윤혜선님은 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영어를 가르치는 일로 밥을 버는 워킹맘이다. 작가님과 같은 엄마라서 그런걸까. 작가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 추억 속에 담겨진 소리와 소리글을 꼭 다시 한 번 읽어지면서 잠시 머물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리운 소리 하나쯤 있을 테고, 누구나 듣고 싶은 소리 또한 하나쯤 기어하고 있을 테다. 기억 속의 소리는 변하지 않으며, 그 무엇도 똑같이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소리이기에 더욱 간절하고 더 오래 우리들 가슴에 남게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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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아이를 임신하고 처음으로 들은 심장박동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소리의 울림은 나에게 마치 세뇌같다. 나에게 처음을 알게 해 준 소리이자, 설렘과 불안감, 기대와 흥분이 한꺼번에 나에게 밀려들어온 떨림을 그대로 전달해준 소리였다.

쿵!쿵!쿵!

첫아이 심장 소리, 나에게 다가올 행복을 예견하는 소리

 

신종플루가 처음 우리나라에 기습적으로 다가와 많은 아가들이 부모의 곁을 떠날 때, 돌을 한 달 앞둔 둘째도 고열과 싸움을 할 때였다. 매일 아침 병원에서 열을 재고 약을 먹이고, 아이의 몸을 수도 없이 닦였다. 고열로 4일째, 새벽에 늘어지는 아이의 몸을 닦이고 품에 안기면서 한번도 불러주지 않았던, 나를 찾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

 둘째 아이의 첫 마디, 나를 떠날 것만 같아 목놓아 울게 한 소리

눈물이 가득 차오르게 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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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사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소리들을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반드시 그렇지는않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수긍이 가도록 만든 사전으로, 마음을 안은 소리 사전이라 말하고 싶다. 그렇게 느껴져온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소리들이 맴돌고 있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소리들을 듣고 지내고 있음이 새삼 놀랍다. 순간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이야기를 담고 마음을 담아낸 작가 윤혜선님의 섬세함과 살핌, 소소한 행복을 실천하는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평온한 시간을 선물받는 순간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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