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해피엔딩 - 우리, 어떻게 가족이 된 걸까? 블랙홀 청소년 문고 10
수진 닐슨 지음, 김선희 옮김 / 블랙홀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스튜어트는, 완벽한 사각형이 가장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는 도형이라고 생각하며, 동생이 하나 생기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동생이라고 생각한 엄마의 증상은 암이라는, 거친 파도가 되어 스튜어트와 아빠를 덮친다. 스튜어트는 자신의 가족을 완벽에 가까운 삼각형에 비유한다. 엄마가 바닥에서 삼각형 전체를 잡아주는.

가족을 도형에 비유할 수 있을까. 사회가 변화하면서 가족의 모습도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해진 규칙이 있는 도형에 맞춰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곧 도형이란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 자유롭게 언제든 어떻게든 변화될 수 있는 것이 도형이라고 생각하니, 스튜어트의 발상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전환, 이것이 『내일은 해피엔딩』 을 읽기에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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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와 아빠 레너드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 아빠와 직장 동료인 캐롤라인과 그의 딸 애슐리를. 그들과 가족의 형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의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추억이 깃든 많은 짐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배려이고 양보였다. 스튜어트는 정들었던 학교를 옮기고, 애슐리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남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는 없어도 친하게 지낼 수는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지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쉽게 고리를 연결하지 못한다.

"미안해, 친구. 하지만 나는 캐롤라인의 뜻을 존중해줘야만 했어."

"제 뜻은 어쩌고요?"

아빠가 한숨을 쉬었다.

"음, 엄밀히 따지자면, 여긴 캐롤라인 집이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집에서 손님처럼 살아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하지만 우리는 타협할 줄 알아야 해."

"이미 타협했잖아요. 우리는 이사했어요. 짐을 조금만 가지고 왔다고요. 그리고 방금 그 중 하나가 사라졌어요."

[중략]

우리는 그림을 내 방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캐롤라인도 도와주었다. 캐롤라인은 그 그림을 거실에 못 걸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자기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중략]

엄마가 좋아하던 무언가를 없앨 때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죽이는 것 같다. 우리가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아빠가…….

아빠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캐롤라인과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나는 아빠가 엄마를 영원히 잊거나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건 싫다.

내일은 해피엔딩. 131~133쪽.

 

『내일은 해피엔딩』 은 가족의 틀이 깨어지는 사례를 죽음과 이혼으로 들었다. 암진단과 투병 그리고 헤어짐과 그리움으로 안은 스튜어트의 아빠와 아빠의 '게이' 선언과 함께 이혼할 수 밖에 없었던 하지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친구로 살아가는 애슐리의 엄마, 그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솔직하고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그들의 결합에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는 스튜어트와 애슐리가 남매가 되어가는 과정이 학교생활과 친구관계까지 겹쳐지면서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다른 가족의 결합, 게이아빠와 새로운 연인을 수용하기, 애슐리를 두고 성적 충동을 채우려는 전학생 자레드의 폭력적 사건, 나약한 신체를 가진 스튜어트의 자립까지 가족과 청소년의 문제까지 담아낸 『내일은 해피엔딩』

『내일은 해피엔딩』 은 서로 다른 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안아주기까지의 과정을 숨기지 않고 말한다. 스튜어트와 애슐리가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교대로 담아내면서 독자가 두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와 서로 다른 시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엄마의 과일 그릇 그림을 거실 벽난로 위에 걸었다. 모두 그 그림을 좋아하게 됐다. 심지어 애슐리마저 좋아할 정도다.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념품을 우리 모두 다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제 나는 새로운 나의 가족을 사각형이 아닌 팔각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결론내렸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새로운 가족에 속해 있다. 엄마의 기억, 엄마의 분자가 거기 살아있다.

내일은 해피엔딩. 367~368쪽.

 

너무나 다른 두 가족이 하나의 가족의 틀 속에서 함께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혼은 했지만, 딸과 전부인에 대한 책임마저 무시하고 싶지 않은 애슐리의 아빠 필 그리고 필의 연인 마이클 그리고 스튜어트의 사랑을 받는 슈뢰딩거까지 그들이 '함께'라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의 일원인 나의 모습, 나의 위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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