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6
장은영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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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는 유물과 유적, 글로 남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으며, 그 또한 전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상당 부분이 훼손되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몇달 전 실록을 옮기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라를 위하고, 나라의 역사를 귀하게 여겼던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다. 때마침 파란자전거에서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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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으로, 조선 시대의 왕과 백성의 삶을 기록한 역사서이자, 이야기책이다. 여러번의 전쟁을 겪어야 했던 조선에서 실록이 지금까지 남아 우리들에게 기나긴 시간을 이야기한다는 것,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의 백성들은 그 일을 가능케 하였다. 이것이 충직함이란 말로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전쟁에 대비해 의병을 길러내는 아버지는 역적으로 몰려 생명을 잃게 되고, 역적의 아들이 된 석개는 형제처럼 지내던 팔모와도 헤어져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조선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방관리들의 횡포와 백성들의 피눈물나던 공납제, 석개는 공납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이방을 만나게 되고, 석개의 증언으로 이방은 옥에 갇히고 만다. 석개의 용기는 백성들의 숨통을 틀어주는 귀한 소리가 되었으며, 사또에게는 관리 소홀과 백성들의 소리에 귀닫은 자신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실록은 사관들이 임금님 곁에서 보고 들은 것을 낱낱이 기록한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후대에 전할 아주 소중한 보물이지."

"지금 전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롭고, 당장 입에 풀칠할 것도 없는데 그깟 책이 뭐 중요해요?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옷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허, 그놈 참. 실록에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크고 작은 일과, 이 나리에 일어났던 중요한 일들이 적혀 있단다. 그걸 읽으면서 지난 일의 옳고 그름을 헤아려 보고, 지금 닥친 일과 겪을 일을 대비하는 지혜를 얻는 거지. 하니 역사를 바로 알면 밥이 나오고, 옷이 나오는 법이다."

"실록이라는 게 임금님이 매일매일 무엇을 했는지 쓴 것이라면서요? 그게 우리 같은 백성들과 무슨 상관있어요?

"그렇지가 않다. 실록에는 가난하고 못 배운 백성의 기록도 남아 있어. 어찌 보면 기록은 백성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단다."

"말도 안 돼요. 왕이 얼마나 훌륭한지 자랑해 놓은 거잖아요."

"지금 살아 있는 어떤 사람도, 설사 임금이라도 후손의 평가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의식하고 삼가며 살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백성을 살피는 일에 힘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131~132쪽

 

작년 가족 여행 중 잠깐 들린 전주 경기전에서 이성계 어전과 실록에 대한 설명을 읽은 바가 있다. 여러번의 이동과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서 힘들게 자리를 지켜온 실록,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져 역사의 중요한 흔적을 전달해주고 있음은 참으로 가슴 벅차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역사는, 의미보다는 배움이고 시험을 치르기 위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교과목으로 전해지고 있어, 실록이 가진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현실이다.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는 나와 아이들의 편견과 역사에 대한 염증을 조금 식혀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록이 왜 중요한지, 배고프고 추운 백성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실록임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훗날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살기 힘들었던 그 때 그 시절, 백성에게는 실록보다 오늘 한끼 식사가 소중했다. 실록만 있으면, 실록을 일본에게 넘기기만 하면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고, 가족과 오봇하게 살 수 있다는 유혹에 어찌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석개는 믿었던 팔모와 옥에 갇혀 영영 나오지 못할 거라 믿었던 이방의 실록 가로채기 작전을 눈치채고 만다. 그들을 향해 돌 던질 수 있는 이는 어디에도 없으며, 또한 그들에게 실록을 옮기는 일에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는 이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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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흘러간 지금도 여전히 조선의 역사를 그대로 닮아가는 정치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선의 역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기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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