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라는 낱말이 가진 힘은 참 대단하다. 아무 이유없이 불러도 금방 이유가 생겨나고, 아무 감정없이 읽어도 툭~ 하고 눈물샘을 터트리는 감정을 일으킨다. 

 

나는 엄마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나에게 다음 생이 허락된다면 난 엄마 딸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다음 생엔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함께 걸어가주는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 우리 사남매 키우느라 꿈을 열어보지 못한 그 시간에 '기회'라는 보상을 주고 싶다. 

 

엄마는 나의 딸로 태어나길 원할까?

엄마와 내 마음이 같다면 다음 생을 허락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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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미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소녀이다. '꽃도 열매도 있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을 가진 소녀로 엄마와 나누는 대화를 마음에 담아둘 줄 알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아빠의 존재에 대해 묻지 않는 나름의 배려도 할 줄 아는 소녀이다.

엄마는, 하나미의 보호자이며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남자들로 둘러싸인 공사장에서 일하고, 남들이 보는 눈보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스쳐지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관찰력과 공감력이 뛰어나다.            

                          

"그야 20년 넘게 혼자 그렇게 살잖아? 다른 사람과 관계도 맺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면서 뭘 하지도 않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 [중략]

신주쿠 주변처럼 노숙자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줄곧 혼자야. 상상도 못할 고독이지. 평범한 사람은그런 환경에서 열흘도 못 버틸 거야. 먼저 정신이 이상해지고 몸도 망가질 테지. 그러니까 그 아저씨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정말 단단한 사람이야."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27~28쪽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게 자기를 죽이는 부모의 얼굴이라니 너무 슬퍼. 이 마쓰키 미호라는 이름, 정말 좋잖아. 부모도 이 애가 태어났을 때는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며 이름을 지워줬겠지. 그런데 겨우 세 살에 죽여버리다니. 그럼 이 애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 태어났을까? 너무 불쌍하잖아. 이 애들한테 엄마는 일면식도 없는 아줌마지만 이렇게 이름을 적어서 합장하고 애도해주고 있어. 조금이라도 영혼이 구원받기를 바라면서."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30쪽



하나미와 엄마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남편이자 아빠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마트 사장과의 만남이 하나미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주지만 희망은 그들에게 쉬이 찾아와주지 않는다. 엄마를 꽤 맘에 들어했는데, 하나미의 존재가 엄마를 선택하는데 거절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하나미는 갈팡질팡,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게 한다.  

 

미안해, 엄마.

만약 가자마 씨와 결혼했다면 크로켓과 숙주만 먹는 생활 따위

안 해도 될 텐데. 만약 내가 없었다면, 엄마 혼자였다면.

나 어떡하면 좋지? 어떡하면 좋을까?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68~69쪽

 

하나미는, 참 속이 깊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엄마의 삶을 바꿔놓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엄마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용기가 때로는 어린 아이의 섣부른 결정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엄마는, 하나미에 대한 책임과 삶을 지탱해나가는 하루의 시간으로 여자의 아기자기한 삶을 포기하고 살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중매로 새로운 삶으로의 길을 선택해보지만, 쉽지 않은 현실과 마주한다. 그러나 실망따위는 하지 않는다. 중매 실패도 그녀 자신의 삶의 일부정도로 여기며,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잘 이겨내며 스스로를 지켜낼 줄 안다. 하나미와 엄마의 삶을 바라보면서, 웃음이 터지는가 싶다가도 옆사람이 살짝 찌르기라도 하면 그 핑계삼아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아, 그만둘래. 그만둘 거야. 이제 그만두겠어.

내일 마리에와 미키에게 일이 생겼다고 말하고 거절해야지. 둘은 어떻게 생각할까? 실망하겠지, 아니면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할까? 거짓말이 다 들켰을지도 몰라. 됐어, 이제. 괜찮아, 이제는. [중략]

그래, 웃어넘기면 된다.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건 웃어넘기자.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125~126쪽

하나미가 친구들과의 마지막을 꿈꿨던 드리밍랜드는 물건너 갔지만, 엄마를 속이고 엄마를 속상하게 하면서까지 갈 수는 없다고 결론을 짓는다. 속상함보다는 엄마와 함께 드리밍랜드를 가겠다는마음으로 전환시킨 하나미의 마음은 그 어느 누구보다 깊음을 느낄 수 있으며, 엄마는 하나미가 삶의 전부이듯, 하나미에게도 엄마는 삶의 전부임이 너무나 당연하게 전해져온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작가 스즈키 루리카가 14살에 쓴 소설이다. 14살의 소녀가 엄마와 딸의 관계를 어찌 이렇게 선명하고도 깊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놀랍고 경이롭다. 그녀가 씩씩하고 슬픔을 웃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하나미같고, 자신의 삶을 굳건히 지켜내는 엄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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