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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45
박혜선 지음, 장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전쟁은 한 나라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크게 자리하는 아픔의 시간이에요.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 시간 속에 함께 했던 이들을 먼저 보세요.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외로웠을지.
잔잔한 바닷가의 두 사람
지친 어깨를 감싸안은 여인과 바다를 바라보는 노인의 뒷모습
그들의 뒤로 핀 꽃이
바다와 어우러져 잔잔하고 고요하게 평온함을 안겨 주지요.
노인의 마음을 안고자 하는 여인의 마음이 전해지는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이었어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공부하던 그 때
고향 땅 밟아보지 못하고, 어머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까까머리 학도병이 되었어요.
전쟁이 열다섯 살 소년의 마음도 앞날도 모두 집어삼키고 말았어요.

할아버지는 올해 팔십오 세.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이에요.
고향의 냄새가 그립고
어머니의 무릎베개가 그리운
어깨에 멘 총이 무서운 열다섯살 소년이에요.
전쟁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앞을 내다볼 눈을 가려요.
그 시간, 그 장소, 그 소리에 머물러
아프고 무섭고 외롭게 하지요.
할아버지는 오늘도 울어요.
무서워서 울고
미안해서 울고
그리워서 울고
이젠 정말
끝을 내고 싶어서 또 울지요.
전쟁이란 긴 터널을 지나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터널의 끝에 비친 햇살은 아직 내 차례가 아니라고 하네요.
오늘도 난
터널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아요.
전쟁은 나를 나약하게 만들어요.
내 나이 팔십오 세
열다섯 살 소년병
난 오늘도 울고 또 울어요.
열다섯 살 소년병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팔십오 세 할아버지와 가족 이야기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
전쟁은 끝이 났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는 이미 말끔히 정리되었고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기억 속에서 잊혀졌지만
열다섯 살 소년병의 깊은 한숨은
아직도 메아리 되어 울리고 있어요.
아프고 외로웠던 그 시간 속에서
할아버지는 헤어나지 못한 채
공포와 그리움으로
오늘도 힘이 겹네요.
아빠는 할아버지의 아빠처럼
엄마는 할아버지의 엄마처럼
형은 할아버지의 형처럼
나는 할아버지의 친구처럼
할아버지의 아픔을 안아주네요.
할아버지는 전쟁의 공포는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엄마 아빠 형 친구가 있어서
외롭지는 않을 거에요.
가족과 함께 열다섯 살 소년병은
오늘 하루도 이겨내며 지내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