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아이 - 2017 제1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7
최현주 지음 / 비룡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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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나의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그 시간이 그립거나 추억할 거리가 많아서는 아니다. 아마 그 시대를 겪었던 나와는 다른 고민을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이미 어른이 된 나이지만 성장할 시간을 잠시나마 갖게 되는 것 같아서란 이유가 더 가깝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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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작가의 『지구 아이』는 제 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동안 내가 읽었던 청소년 소설과는 소재도 등장인물의 상황도 무척 낯설다는 느낌을 갖고 책을 읽어나간다. 『지구 아이』에는 총 8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8편의 이야기를 만나보기 전, 차례에서 만난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존과는 색다른 이야기 전개가 펼쳐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와 불쑥 호기심이 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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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가득한 '캠핑장'과 긴장감을 갖게 하는 '밤'이 합해진 《밤의 캠핑장》은 얼마 전에 본 '기묘한 가족'을 떠오르게 하는가 하면, 읽으면서 주춤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풍긴다. 친구들과 기억을 따라 간 캠핑자에서 예상치못한 야광 물고기를 만나고,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끝에 친구가 물고기에게 물리고 만다. 생명체를 공격하는 물고기를 만난 두 친구, 물린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 친구를 두고 갈등하게 되는 이야기.

그동안 책이나 영화속에서 밝혀지지 않은 감염체로 인해 벌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런 일이 정말 일어났다면?하는 막연한 상상이, 최현주 작가의 손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되었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여우 도깨비불》.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두 소녀가 깊은 산으로 도깨비불을 찾으러 길을 나서면서 나누는 대화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와 살아가는 어린 소녀가 할머니의 이상 징조를 직감하고 그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도깨비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길로 바로 집을 나선다. 의지할 곳 없는 소녀가 희망 한 조각을 잡아보려는 모습이 안타깝고 대견스럽고, 스스로 헤쳐나가보려는 그 의지가 소녀에게는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걸어본다.

《골목잡이》는 읽으면서 내내 속이 답답했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하물며 함께 나쁜 짓을 하는 동료마저도 손을 놓아버린 한 소년이 있다. 유일한 안식처가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수선집도 이젠 더이상 소년의 쉼터가 될 수 없게 되었다. 걸어도 돌아와도 그 세상외에는 갈 곳이 없는 소년에게 희망은 있을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결국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치유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에 의해 상처가 치유된다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보다 큰 화상을 입어 더 이상 손쓸 수 없어질지도 몰랐다.

중략

전신주에 매달려 내려다본 마을은 더 이상 미궁이 아니었다. 미로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엔 출구조차 없었다. 이들을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있는 건 길을 만들어 달라는 골목잡이뿐이었다. 그들을 이끌어 줄 힘이 내 손안에서 용솟음치는 걸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88쪽

지구가 병들었다. 병들어가고 있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열심히 별을 탐색하는 일이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더이상 살아갈 수 없는 지구와 화성으로 이주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지구인의 모습은 아주 처참하고도 볼품없다. 미래의 우리 모습일 수도 있을 만큼 지구와 화성의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구에서의 최후 지구인이 마치 삶에서의 실패작처럼 그려진 《지구 아이》. 가상의 세계가 현실로 성큼 다가오는 상상에 우리의 인간이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귀신의 집》은, 너무나도 끔찍한 사회 속에 드러나지 않은 그늘 속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감금과 성폭행 그리고 무관심. 가진 자의 폭력이 없는 자의 권리마저도 쉽게 빼앗는 모습이 끔찍하고도 무섭다.

 

《거인의 발자국》은 형만 있다면 세상에 두려운 것은 1도 없다는, 무엇과 부딪혀도 일어설 수있다는 동생의 이야기. 형제가 가정의 문제와 폭행 그리고 죄책감 속에서 고민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얼마나 더 고민하고 절망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만이 다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나눔 또한 성장에 필요한 요소임을 깨닫는다. 용서와 화해, 수긍과 인정이 마음 속에 온전히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용기는 얼마나 필요할까?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아버지가 산 곳곳에 깎아놓은 목각인형으로 보고서야 깨닫는, 아버지의 사랑과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 소년 그리고 소년의 곁을 지키며 함께의 의미를 전달하는 소녀의 모습을 담은 《울지 않을 용기》. 읽으면서 가슴이 한 켠이 아련해져왔다. 아버지와 소년 그리고 소녀가 낸 그들 나름의 용기는 서로를 성장시킬 뿐 아니라, 서로를 보듬어안는 용기를 내어준다.

《돌개바람이 휘몰아치고》는 폭력이란 상처가 운명의 깊숙이 자리잡아 그 긴 시간동안 술픔과 괴로움에 휩쓸린 한 노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누구는 실수하고 하고, 누구는 상황이 그랬다고 변명할 수 있는 과거의 한 장면이 자신을 짓누른다면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어떻게 뛰쳐나올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와의 싸움에서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은 과연 있을까? 여기 한 노인이 있다. 그 노인이 지나온 시간을 괴로워하는 만큼 용서와 화해를 하기 위한 용기와 새로운 시간을 마주하고픈 간절함의 이야기, 노인의 삶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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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작가의 『지구 아이』는 청소년 대상의 글이라고 단정짓기엔 고민의 깊이와 이야기 속 소재가 꽤 어둡고 치밀하다. 성인이 된 내가 읽은 『지구 아이』는 꽤 진지하고 우리가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한 고민을 깊이 돌아봐야 할 과제를 던져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공포와 떨림, 공감과 소통, 관심과 이끔 등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덤덤하지만 속을 아리게 만드는 『지구 아이』와의 만남은 나를 진지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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