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인생 - 대치동으로 간 클레어할머니
고선미 지음 / 이층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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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인생』 선택일까? 필수일까?

난 책을 펼치면서 무얼 생각했을까? 간단하게 설명되어진 소개글을 읽고 선택한 『라이딩 인생』 - 대치동으로 간 클레어할머니. 읽는 순간부터 손을 떼기가 쉽지 않더니 끝까지 나를 잡아두었다. 나의 마음까지 온전히.

 

 

지난 달, 친구가 타국으로 이민을 갔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가기 힘들고, 대학에 보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이란다. 이민가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기에 그 후에 어느 나라에 살지 다시 선택을 하겠다는 친구 부부의 말이 참 씁쓸했다. 교육의 목표가 대학이라는 것이 안타까웠고, 수월한 길을 찾기 위해 타국으로 떠나서 새로운 환경을 만나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환경조차 만들어주지 못하는 정보력도 경제력도 없는 나와 기회의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나의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엄마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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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인생』에는 지은과 영욱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가족이란 연결고리가 아이들의 학원에서 경쟁의 관계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공부와 경쟁, 출세와 권력,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여러 인물들을 통해 불편하고도 답이 없는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서 그냥 모든걸 다 포기할까도 싶어졌다.

'!'

아니, 그럴 순 없었다. 여기서 내려놓으면 이보다 쉬운 곳에서도 밀릴 것 같았다.그 다음엔 거기서도 또 아래로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면 서윤이가 결국 별 볼일 없이 살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럭저럭 먹고는 살아도 매일같이 죽도록 일하는 자신의 삶을 반복할 듯 싶었다. 그래, 그걸 막기 위해 이미 다른 엄마들이 얼마나 죽기 살기로 애들 공부를 시키고 있는지 내 눈으로 보지 않았나 싶었다.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여기서 주희 같은 공부괴물 엄마들한테 밀릴 수는 없었다. 뭐가 인간다운 삶인지는나중에 아이의 미래가 말해줄 거였다.

407 ~ 408쪽

지은의 딸 정은은, 엘사를 꿈꾸는 서윤이를 자기와는 다른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 사서로 활동중인 지은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유치원에서 학원으로 라이딩을 해 달라는 것. 예비초1 서윤이를 위해 명문초 입학을 감행하는가 하면 학원의 최고반, 최고반에서도 상위 그룹으로 칭하는 제우스팀에 끼워 넣기 위해 새벽 4시30분에 예습을 시키는 억척을 부리기도 한다. 아이답게 키워주기 위해 도와주겠다고 마음먹은 지은이는 날마다 커져가는 정은이의 욕심과 지쳐가는 서윤이를 지키기 위해서 딸의 집을 과감히 나오는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영욱의 아들 경수는 어린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을 품은 채 성장한다. 경수는 아들 민호에게 올인하는 주희를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는 감정에 치우쳐 방관하며 인정하는 척 하지만 자신 또한 민호에게 살가운 아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민호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교수 할아버지와 재정적 능력을 지닌 외할아버지까지, 현실에서 말하는 공부를 잘 하기 위한 완벽한 조건을 두루 갖춘 예비 초등학생이다.

영욱의 며느리 주희는, 민호의 학습에 관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대치동맘이다. 몇년치 학습 플랜이 준비되어 있어 그녀의 주위엔 맹목적으로 그녀를 지지하는 엄마들이 있으며, 학원마저도 주희의 파워에 수긍하고 있다. 민호에게 올인하는 그 순간부터 주희의 안테나는 민호 중심으로 돌아간다. 민호에게 장애가 된다면, 시아버지의 인간 관계까지도 관여하고 나서며 차단하기 위해 비열함도 마다하지 않는다.

 

 

『라이딩 인생』 - 대치동으로 간 클레어할머니.에는 우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드러난다. 주어진 삶의 시간에 맞추어 즐기며 살아가는 수연할머니와 남편의 힘에 그늘진 삶을 살아가면서 상처를 감추기 위해 웃음으로 변장하지만 힘있는 자 앞에서 굽신거리는 것 밖에는 할 줄 모르는 다니엘 엄마, 주희 곁에서 정보를 위해 가면을 쓴 아정엄마, 주변 엄마들의 변화에 안절부절 삶의 중심마저 세우지 못하고 뒤쫓기 바쁜 정은, 중심을 잡고 객관적인 판단에 빠른 지숙까지. 자신의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한 엄마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펼쳐내는 경쟁구도는 가히 상상이상이며, 안쓰럽고 처절하게 비춰오기에 이렇게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숨을 내쉬게 된다.

 

지아는 손녀 서윤이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베스트 프랜드 포에버 BFF이다. 직장맘을 둔 서윤이가 버려야 했던 엘사의 꿈도 지아를 만나 다시 꾸게 되고, 나뭇가지를 모아 새집을 짓겠다는 꿈도 조금씩 실현되어 간다. 지아는 서윤이가 아이다워서 좋다. 아이답게 자라는 것이 아이들만의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은이의 교육 방식과 너무 거리가 멀기에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지아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마저 외면당하고 만다.

지아는 운다. 정은이를 혼자 키우며 잘 참아냈던 눈물이 한번에 터지고 만다. 정은이의 모진 말에, 주희가 내는 상처에 주저앉아버린다. 한번도 용기내지 않았고,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사랑이 찾아왔는데, 지아는 그 손을 잡을 수가 없다. 지아의 사랑은 그렇게 쉼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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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이와 지아의 겪는 갈등의 모습에서 화가 났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우리 4남매 키우느라 70인생까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친정엄마가 떠올랐다.한 여자의 삶이 어찌 이리 고단할 수 있을까 싶다.

엄마의 사랑도, 엄마의 감정조차도 생각지 않고 오직 자신의 삶의 시계에 맞춰 움직여주기만을 바라는 정은이를 보면서 치사랑은 없다지만, 어찌도 그리 모질고 이기적일까 싶어 화가 났다. 자식이 뭐라고, 안절부절 안달볶달을 할까?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모든 건 정은이도, 야속하지만 자식이기에 찢어진 가슴 부여잡는 지아도 자식 앞에서 한벌 물러나는 것밖에는 모르는 나약한 엄마였던 것이다.

 

『라이딩 인생』 - 대치동으로 간 클레어할머니.는

현실이 안고 있는 교육방식과 교육의 빈부차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대치동엄마들을 통해 자식의 성공과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엄마들의 실수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부모와 자식이 믿음과 존중보다는 필요에 의해 취하고 버리기를 선택하는 모습에서 가면을 쓴 현실 속 가족의 모습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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