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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7
김고은 지음 / 북극곰 / 2018년 9월
평점 :
세살 터울의 우리 집
두 소녀는, 학교 다녀오면 항상 이야기 거리가 넘쳐요. 하나가 먼저 시작하면, 나머지 하나가 잘 들어주다가도 한계가 오는지 중간에 치고
들어오지요. 화내는 녀석과 억울해하는 녀석 사이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고 나면, 한 시간이 가끔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후련하게 말한
두 소녀는 후련한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로 향하는데, 두 소녀가 떠난 뒤에 남은 나는 기운이 쫙~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었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빠지는 알 수가 없네요.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한 소녀.
이쁜이의 등에 기대어
엄마 아빠와 놀고 싶은 간절함을 소리내어 질러봐요. 하루만에 가득 쌓이고 쌓인 말들이 소녀의 마음 속을 가득 메워졌지만, 들어줄 이가 없어요.
금방이라도 터트리고 싶어하는 소녀, 그런데 왜?
아!
평일에도 주말에도 바쁜
아빠와 엄마.
일하느라 바쁘고,
잠자느라 바쁘고, 화장하느라 바쁘고, 동네 엄마와 인사하느라 바쁜 거네요. 소녀에게 내 줄 시간조차 없을 만큼 말이에요. 엄마 아빠가 바쁠 동안
소녀는 심심하다는 것.

소녀는 이제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말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제는 "딸꾹"을 좀 멈췄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
시도때도없이 나오는
"딸꾹"에 엄마아빠와 소녀는 "속 들여다보기 전문 병원" 도파리 선생님을 찾아가지요.
선생님은 소녀의 속을
"엇, 뭔가 이상한데! 다시 디다봐야겠군요." 하시며
사진도 찍고, 물약도
먹고 그 때
알게 되었어요.
무언가 가득찼다는
것을요.

소녀의 속에서 발견된
것은 무엇일까요?
처방전에는
도파리 선생님의 처방과
소녀의 가족의 싸인이 들어가고 무언가 잔뜩 쓰여 있어요.
소녀도 엄마 아빠도
도파리 선생님의 처방에 맞춰 잘 지켜낼 수 있을까요?

소녀는 이제 맘껏
이야기를 시작해요.
자나깨나
쏟아내지요.
엄마 아빠의 다크서클은
턱 아래까지 내려오고, 소녀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지요. 말똥말똥 환한 미소만 가득하네요.

우리 아이들은 입은 오늘도 조잘조잘, 쉴 틈이 없어요. 나 어릴 적 항상 바빴던 우리 엄마,
엄마에게 불만이 있거나 "딸꾹"을 하진 않았지만, 가끔 두 소녀의 조잘됨을 듣고 있으면 '난 우리 엄마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했던
딸이었나'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네요.
현대사회는, 아이도
부모도 참 바빠요. 아이는 학원으로 바쁘고 스마트폰 하느라 바쁘지요. 부모는 회사로 각종 모임으로 재미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바쁘지요. 서로가
바쁜 현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시시때때 자신의 말을 털어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부모가 의식하지 못한 귀 기울임의 게으름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꼬집어낸 『딸꾹』
재미로 다가왔다가
부모인 나의 가슴을 "쿵"때리는 『딸꾹』 부모라면, 부모이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꼭 읽어봐야 하는 그림책이에요.
아이의 말은 작고
사소하거나 쓸데없는 말이 하나도 없어요. 아이가 어느 만큼 성장하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길을 보여줄 거에요.
귀를 열면 마음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