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보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1
야마자키 요코 지음, 이모토 요코 그림, 이지혜 옮김 / 북극곰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올 겨울은 '겨울답다'라는 무색할 만큼 포근한 날이 꽤 길었어요.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과 뚝 떨어진 기온에 모두들 어깨를 움츠리고 거리를 걸으며,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등 거리가 많이 한산해졌어요. '겨울답다'는 말이 실감나는 딱 오늘 같은 날, 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책 하나를 끌어않고 거실 바닥을 뒹굴거려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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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 뚜껑이 열린 작은 트매로 빼꼼히 얼굴을 드러낸 동물이 있어요. 동그란 빨간 눈과 앙증맞은 코, 꾹 다문 일자 입 그리고 바구니 밖으로 나온 귀 하나가 "나는 토끼예요"하고 말해주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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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가지만이 남은 겨울 산길, 멀리 용달 하나가 바쁘게 지나가고, 지나간 길바닥에는 조그만 바구니가 뒹굴거리고 있어요. 아마 용달에서 떨어진 모양이에요. 바구니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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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이한 토끼들이 산길에 먹이도 찾고 산책도 할겸 길을 나서다가 바구니를발견했어요. 바구니를 사이에 두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기 토끼들이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요. 귀를 쫑긋, 엉덩이는 뒤로 삐죽, 앞발은 모아서 번쩍 들어올리고 있네요. 엄마와 마주하고 있는 바구니 속 토끼에게 모두들 시선 고정! 너무나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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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 속 토끼는 따듯한 침대도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텔레비전도, 귀여운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도 없는 숲속 토끼네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맞이해요. 침대대신 낙엽으로 만들어진 이불 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텔레비전 대신 창문을 통해 만나는 하늘의 반짝임을 만나게 되지요. 강물 위을거울삼아 내 얼굴도 친구들 얼굴도 보는 색다른 재미에 바구니 속 토끼는 자연이 주는 신비함을 선물로 받지요.

바스락 소리나는 낙엽 이불은 거친 듯 하지만 향기롭고, 옹기종기 모여서 잠자리에들면 옆친구의 체온을 나누니 겨울바람도 무섭지 않을 테지요. 하늘 창문은 또 어떤가요? 날마다 다른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은 내일을 예측하고, 엄마의 옛이야기로 좋은 꿈으로 인도해 줄테고, 흐르는 강물에 비친 내 모습은 웃었다가 찡그렸다가 화냈다가 행복했다가 나의 표정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니 보는 재미가 새록새록 피어날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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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길가에 떨어진 나를 보듬어주었던 토끼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바구니 속 토끼는 자연이 주는 포근함이 그리울 것 같아요. 고급스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자연이 주는 따스함과 색다름 그리고 품어주는 넓은 가슴이 돌아가야 하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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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바구니 속 토끼가 예뻐졌어요.

바느질 땀이 눈에 띄었던 토끼는 꽃귀걸이도 했고, 도토리 목걸이도 했네요. 꾹 다문 일자 입이 반달입이 되어 환하게 웃고 있어요.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토끼와 우리들 곁을 지켜주는 바구니 속 토끼와의 우연한 만남이 전하는 따스한 이야기 『보들보들』 .

어릴 적 첫째 소녀의 친구는 '괴물'이었어요. 어른들의 눈에 괴물은 못 생기고 힘이 세어 남을 괴롭히는 존재였는데, 첫째 소녀에게 '괴물'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 이름이에요. 식탁에 앉을 때도 옆자리는 비어 있어야 해요. 괴물이 앉아야 하고, 소녀가 주는 밥을 먹어야 하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괴물은 오래도록 첫째 소녀와 함께 지냈지요.

우리에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진짜가 아닌 존재가 진짜가 되어 든든함을 안겨주기도 하고, 힘이 되어 무서움을 잊게 해 주기도 하지요. 아마 바구니 속 토끼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혼자 길 위에 선 토끼에게는 자연이 있어 든든했고, 자연의 토끼에겐 길고 긴 겨울을 지내야 하는 두려움을 바구니 속 토끼의 존재가 잊게 해 주었고, 항상 곁에 두었던 토끼를 잃어버린 소녀에게는 분명 잘 지내고 곧 내 품에 다시 돌아올거라는 희망을 갖게 해 주었듯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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