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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천
김관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평점 :
나는 모험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옷도 음식도 영화도 책도 봤다고 하는 것들을 모아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듯,
나는 익숙하고 늘 같은 주제 또는 느낌을 안겨주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난
고등학교 시절 친구따라 처음으로 만화방엘 가 봤다. 만화 동아리인 친구가 꼭 보고 싶은 만화가 있다고 간곡한 부탁에 의해 따라 가 봤다.
처음으로 만화를 본 게 그 때였던 거 같다. 뭘 봐야 하는지, 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친구가 고르고 골라서 준 만화가 잔잔한 로맨스였다.
그 때 그 만화가 좋아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만화가가 펜션을 운영한다는 글을 보고, 가족과 함께 묵으면서 그 분의
작업실을 구경하며 십대의 나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권천』 내가 처음으로 도전한 무협소설.
판타지 세계와 함께 하는 판타지 무협이라는 장르 소개를 보고, 조금은 덜 어색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읽어보겠노라
마음먹었다.
평온한 도시위에 피어로는 수많은 별빛과 어렴풋이 비춰오는 달빛이 너무나
아련한 느낌을 주는 표지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본다. 하늘에서 도시를 향해 비추는 빛이 따듯하면서 차가운 느낌이 들고, 폭풍 전야처럼 곧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곧 시작이라는 약간의 설렘을 자극한다.
『권천』은 40대 주인공 '권천'이 이끌어가는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다. 너무나 평범하고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우리의 40대 권천, 그는 자신의 삶이 자신을 잃어가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1년을 되돌아보면서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는 현실이 공허하고 '나'를 잃어간다는 슬픔에 과감히 직업을 전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용기낸 권천의 앞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가히 상상하지도 못한 세계.
바로 무림맹주 검황 유종구의 열여섯살 아들 육신으로 혼이 들어간 것이다.
지쳐 잠들었던 그가 눈을 뜬 낯선 공간,
40대의 그에게 십대의 몸이 씌워진다는, 누구나 한번쯤 십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은 꾸지만, 이렇게 그 꿈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다면?
권천은, 무림의 세계 강자의 아들의 몸에 혼이 깃든만큼 내공을 지닌
고수가 되고, 새로운 세계를 넘나드는 아주 다채로운 세상을 펼쳐보인다. 그가 가진 무림의 내공이 펼쳐지면서 그의 활약이 활자가 되어 이야기를
펼친다.
내가 만화를 못 보는 이유가 컷으로 이어지는 인물과 소품의 연결 동작을
매끄럽게 이어지지가 않아서가 가장 큰데, 글로 옮겨지는 무림 고수의 활약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에겐 여전히 어려운
무림의 세계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현실의 고달팠던 권천이 무림의 세계 고수로 활약하는 순간이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자신감 회복이 충분히 되지 않았을까? 다만 그 과정과 그 마음이 독자에게 충분히 전해진다면, 현실 속의 많은 권천에게
대리만족이라는 기쁨을 안겨주었을텐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가 김관우님께서 권천을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그래픽노블이나 만화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면 좀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무협으로의 첫 도전,
나에겐 힘겨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