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
박형주 지음 / 북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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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소녀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관심이 가고, 소녀들이 받는 교육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교육을 받게 될 것인지, 변화되는 교육에 대해 알아야 될 것 같은 책임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받았던 교육과 소녀들이 받는 교육의 기본 틀이 크게 변화된 듯 하지만, 변화되지 않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과 우리 때와는 달리 자유롭게 표현하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변화도 눈에 띈다.

내가 몇년 전, TV방송에서 처음으로 박형주 교수님을 뵈었다. 미소가 가득한 얼굴을 가진 교수님의 첫인상이 너무 좋아 어떤 목소리로 어떻게 말을 할까 궁금해서 채널 고정을 했던 기억이 있다. 교수님은 물리학에서 수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용기를 가지고, 수학이란 학문을 연구하고 수학이 어렵고 포기해야 하는 과목이 아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학문임을 대중하게 밝히고,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하는 모습이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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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교수님이 새로 쓴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는 다양한 수학 공식과 수학자 그리고 새로운 학문의 창시자를 소개하며,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을 수학적 의미로 풀어내어 설명해 주고 있다. 독자 모두를 수학적 공식을 이해하고, 창시자들이 밝혀낸 명제를 풀어내는 학식있는 자들로 단정짓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어떠한 부담도 느끼지 않게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떠한 강의를 들으러 가서 "와, 강의 잘 하신다. 오늘 강의 너무 좋은데.'하고 감탄하고 강의실을 나선다. 그런 후 차 한잔 마시면서 함께 들은 사람들과 강의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점차 뒤죽박죽이 되고, 집에 돌아오면 뭔가 좋았는데, 가족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입에서 맴돌지만 꺼낼 수는 없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공존하는 그 느낌, 바로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가 나에게 그런 책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비를 만난다. 근처에 잠시 피할 큰 나무도 없어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생의 곤경과 난관은 운명적이라서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게 나를 괴롭힐 비가 아니라 멀리서 내리는 비를 잠시 바람이 내 옆으로 몰고 온 것일때도 있는데, 그럴 때도 우리는 평원에 있논 걸 후회하고 비탄에 빠지며 짐을 챙겨 곧장 안락한 숙소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37쪽

수학이란 학문은 우리나라에서 수포자냐 아니냐로 학생들을 꽤나 괴롭힌다.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도 수학이고, 수포자가 아닌 자녀로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교과 개정안이 발표하면서 좀 더 쉬운 개념으로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에게 수학은 풀어내는 것보다는 암기해서 그것에 딱 맞게 적용하는 과목으로 인지할 뿐이다. 연산부터 시작해서 도형, 그래프를 배우고, 그것을 스토리텔링이란 새로운 서술형이 발표되면서 이제는 수학적 개념과 더불어 글쓰기 실력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학생 우리집 첫째 소녀의 여름방학 수학 과제가 수학개념을 스스로 정의내리고 그림 또는 글로 설명해오기이다. 과제를 보는 순간, '이걸 어떻게?'하는 나의 부담스러움과는 달리 첫째 소녀는, 제일 쉽고 간단한 과제라고 좋다고 한다.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쉽게 설명하면 되는 거란다. 수학자처럼 어려운 말로 쓰는 게 아니라, 중학교 1학년답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소녀의 말을 들으면서 수학의 개념은 학자만이 한다는 나의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학문은 누군가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필요한 누군가가 정리하고 개념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

교육 과정 내용을 축소하고, 토론과 개별 활동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교과과정은 생각의 재료임을 상기하자. 풍성한 재료가 빠진 단순 토론은 겉만 맴도는 공허한 말장난이 된다. 유치한 동의어의 자기 반복에 머물고, 벽을 깨고 넘어가지 못한다. 단순한 문제 풀이의 반복은 줄이되, 논리적 사고와 깊이 있는 토론이 얼마나 유용한지 체득할 수 있도록 교육이 변해야 한다.   98쪽

 

우리의 교육은 점차 변회되고 있다. 또한 여전히 결과만이 교육의 기준으로 삼는 아픈 현실과 공존하고 있다. 교육은 배우고 몸에 익히는 것이다. 그것을 어떠한 결과만을 낳기 위해서라면 마음이 급하고, 결과만을 생각하기 되기 때문에 섣불리 먹는 밥이 체하듯,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기는 벅찰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이것은 이것이다'의 암기식 교육이었다면, 이제는 국어와 미술이 통하고, 수학과 과학이 연계되며, 음악과 미술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양식이 만들어내듯 어우러짐이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냄을 기억해야 될 것이다. 내가 잘하는 학문을 기초로 하여 다른 학문과 만나 또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 걸어가야 하는 방향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우리가 당당히 서서 어우러짐과 즐거움을 느끼며 생각의 힘을 키워낼 수 있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외에 대안이 없다. 필요한 변화를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에 담아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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