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무지개 별이 되다
오유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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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된 나는 너무나 낯선 환경이었지만 참 잘 견뎌내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내가 그 시기를 잘 이겨냈던 건 무한정 나이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꿈'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은, 그 꿈을 상상 속에서 키워나갔던 그 때 그 시간이 나를 잘 이겨내도록 만들어 준 거 같다.

전학과 함께 1년 뒤 집을 옮기면서 한시간 거리를 등하교해야만 했다. 아침마다 지나가는 영동대교, 아침마다 다른 모양이 해돋이를 보면서 저 장면을 찍어보면 참 좋겠다, 내가 언젠가는 꼭 찍어야지 했던 나의 꿈은 사진작가였다. 사진작가가 되어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면서 자연사진을 찍고, 버스에 오르내리는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겠다고 생각했던 내 꿈.

『사진 무지개별이 되다』 사진보고 글쓰는 작가 제니 산문집을 봤을 때 한참이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아낸 사진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지, 설렘이란 감정이 솟구쳐올랐다.

42명의 사진작가의 작품에 글을 담아낸 이야기를 한편 한편 읽으면서 사진이 주는 느낌이 더욱 극대화되며 나와는 다른 느낌을 받아 쓴 글에서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도 한다.

 

자연은 그대로 있는 듯 하지만, 하루에도 수만번 더 변화를 일으키면서 우리 곁에 머물다 사라진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위안을 삼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함께 함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새삼 감사함을 느끼며 내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나만의 감성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행복함을 만끽하게 된다.


사진작가마다 담고자하는 것이 다르다. 단순한 아름다움에서 작가의 감성을 담아낸 사진부터 좀 더 많은 색을 담아내려고 하는 아름다움까지 다양한 사진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 참 좋았다. 사진만이 주는 설렘에서 글이 더해져서 또 다른 생각을 전달해주는 『사진 무지개별이 되다』 는 나의 생각에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작가들의 사진과 그림 그리고 글을 볼 때마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 아~ 하면서 공감하는 순간 그들의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진 듯 여운이 남아 오랜 시간 나에게 머물다 지나간다.

내 것이었던 그리움

외로움을 사진에 담고
조명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그리움은 내 것이어서 무엇으로도 담아 채울 수가 없다
뛰고 뛰어 그리움을 숨으로 뱉어내어 본다
뼛 속까지 이미 스며진 그리움은 떼어낼 수 없는 내 것이었다
65쪽

 

무채색 이정표

앞이 캄캄하다가도
결국 해결점이 찾아오는
무채색의 바닥에 놓여진
붉게 피어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 하니
뛰어넘어 지나가도록
힘이 느껴진다.
24쪽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막연한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나오는 빛의 가락이 우리의 삶을 비춰주는 등대가 되어주기도 하거니와 또다른 길을 열어주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순간순간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중 또 다른 시간과 마주하면서 삶을 다지게 한다.

 

『사진 무지개별이 되다』 를 보고 읽으면서 사진이 주는 감동과 여운이 글고 어우러져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설렘을 준다. 내가 이처럼 느낄 수 있었던 건 작가 오우경, 사진보고 글쓰는 작가 제니의 주제가 나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른 상황, 다른 모습을 찍은 사진작가들의 사진 속에서 제니가 추구하는 공존, 배려, 존중, 자존감의 영향력을 담아낸 그 마음이 온전히 내 맘으로 흘러들어와 여운을 남겨주었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작은 바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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