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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제학
유병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빚내서 집을 산다고?
작년 2월 아기가 태어나기 석달전, 신랑이 느닷없이 집을 사자고 하였다. 결혼하면서, 결혼하고 나서도 양쪽 부모님에게 단 돈 십원 하나 받은 거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형편에 어떻게 집을 사느냐는 내 말에 신랑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적금 통장과 집은 다르다고. 아기가 태어나면 집은 꿈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말로 설득시켜왔다.
대출? 결국 은행에서 돈을 빌리자는 말인데, 육아로 무기한 휴직으로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이 되는 이 상황에 대출이자와 원금은 다 어떻게 갚을까,란 생각에 난 두려웠다.
우리는 완공 되지 않은 아파트에 P라는, 정말 납득이 되지 않는 정말 아깝다는 생각만 드는 P를 일이만원도 아닌 천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주어야 했다. 그래야만 우리 것이 된다는 것이다. P라는 것이 무엇이고, 왜 주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한 순간에 남의 손에 쥐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아깝다는 생각에 며칠 밤잠을 설쳤다.
이렇게 난 경제에 무지하고 내가 아는 얄팍한 상식으로 경제를 논하는 탐관오리였던 것이다.
나는 여자다.
여자는, 결혼 잘 해서 신랑의 그늘 아래서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눈꼽만치도 해 본 적 없는 여자다.
내가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고, 그 댓가로 주어지는 월급을 요긴하게 잘 나누어 쓰면서, 적당한 금액만큼 적금을 넣어 목돈을 만드는 것이 경제이며, 돈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왔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흥청망청 쓰지 않는 것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적금 만기일에 모인 목돈이 나의 자랑이며, 사회 생활 10년이란 시간을 대신해 주는 뿌듯한 증거물이라고 여겨왔다.
나는 그랬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고, 경제를 모르는 여자라는 것을 떠벌리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나름대로 경제에 밝지는 않지만, 돈을 열심히 모으려고 애쓰는 사람들 중에 하나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회와 돈을 잃게 하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 경제학』이라는 단 한권의 책으로 나의 경제적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야 말았다.
나 자신을 위해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는 것,
경제는 남자들의 전유물인양 등한시 하며 사는 것,
나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의 현실이고, 경제를 모르는 여자의 표본이 되어가고 있었다.
환율, 금리, 부동산, 시세, 펀드라는 말이 언론 매체에서 날마다 떠들고,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데, 여전히 그 사람의 관심사가 모두 나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 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난, 절대 아싸~ 가오리!가 될 수 없음을 대신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절망만을 안겨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희망이 존재하며, 얼마든지 기회가 있음을 말하는 친절함이 나에게 경제적 펀드가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남자 중심의 세상에서 남자 여자 평등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제는 자신이 지닌 가치와 존중을 지켜나가는 필요조건이며, 관심을 기울이며 귀를 기울였을 때 경제에 눈을 뜨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모아 놓는 족족 카드값으로 대출이자로 나가는 우리의 가계를 살리기 위해 가계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돈을 아끼고 아끼는 나의 유일한 경제활동이, 나아가 경제 마인드를 갖는 나로 발전되는 그 날까지 어렵고 재미없다는 경제의 문턱을 열심히 넘어보련다.
나에게 찾아오는 기회와 재테크의 성공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