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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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여러 번의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잠시 스쳐지나는 인연부터 여러 겹의 실타래로 얽힌 인연까지.

며칠 전, 만남이 약속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사촌오빠의 부고 소식을 듣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청첩장보다는 돌잔치 초대장이 많아지고, 그마저도 좀 뜸해졌다 싶으니 이제는 집안 어르신부터 지인의 부모님 부고 소식이 전해오기 시작했다. 벌써 내가 그런 나이가 되었나 싶을 만큼 가슴 한 켠이 아릿해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아픈 이별을 해야 하고, 누구나 아쉬움이 가득한 떠남을 겪어야 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먹먹해져 온다.


 


 

우리는 부모의 그늘 아래서 너무나 안락한 삶을 살아간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해도 부모의 그늘은 편안했고 의지가 되었다는 것을 혼자 남겨지는 순간 가슴이 아려울 만큼 실감하게 된다.

소시지가 아기 소시지를 낳고, 온기와 손길로 정성을 들여 키워내는 동안 아기 소시지는 세상으로의 첫발을 내딛는다. 시간이 지나는 만큼 아기 소시는 성장하고, 부모 소시지는 이별을 준비한다.

부모의 마지막을 인정해야 하는 아기 소시지 또한 주름이 하나 둘 생기고, 스스로 그늘이 되어야 하는 어른이 되지만, 부모의 빈자리는 눈물로 채워진다. 부모가 내밀어준 따듯한 손길도 가슴의 푸근함도 더이상 느낄 수 없다는 것, 그리워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이별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한없이 슬프고 외로워진다.

 


 

부모가 떠나고 난 빈자리를 새로운 생명으로 대신하며 마음을 의지하며 지내지만, 누구도 평생이란 시간을 함께 할 수는 없는 법.
어른이 된 아기 소시지가 강아지 곁을 떠나게 되고, 혼자 남은 강아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우리는 외롭다.
친구가 많아도 적어도 외롭고, 가족이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외롭다. 그러나 있어서 외로운 건 찾아가면 되지만, 함께 있을 수 없기에 생기는 외로움은 함께 하는 것만이 치료법이 된다.
강아지는 불꽃을 만나 활활 타오를 수 있는 폭탄머리의 소년을 만나게 되고, 폭탄머리 소년은 불꽃소년을 만나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게 된다.



 

소시지부터 곰과 강아지 그리고 폭탄머리와 불꽃까지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인연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부부가 인연이 되어 아이를 낳고, 아이의 곁에 곰인형을 놓고 혼자 있는 잠깐의 시간동안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가족의 빈자리에 또 다른 생명인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 그 빈자리를 메운다. 그러나 만남은 반드시 이별을 낳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기다려준다.

폭탄머리와 불꽃의 만남은 타오르고 꺼져버리는, 서로에게 아주 찰나의 순간만을 만들지만, 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해주는 강아지의 존재로 불꽃은 사그라지게 되고, 외로움은 함께가 되어 서로를 안게 한다.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가족이 궁금하고 안부가 묻고 싶은 것은, 떠나간 이의 염려와 관심이고 사랑이다. 하늘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하나의 별이 되어 밤하늘에 떠 있을거라는 말에는, 남은 이와 떠난 이의 마음은 같을 것이며, 빈 자리에 따스한 기운을 넣어주기 위한 위로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혼자 남은 강아지가 걱정된 소시지는, 화면에 펼쳐지는 강아지의 일상을 살펴보며 가슴을 조리기도 하고, 피식 웃음을 짓기도 하며, 무언가 부족해보이지만, 보호 아래 잘 지내는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소원을 빌고, 외롭고 슬플 때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짓나보다.
그 곳에 머물러 있음을 믿기 때문에.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은 두번째이다. 첫번째 만남 <수박 수영장>은 한번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그림이 더해져 미소를 짓게 만들어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사이다 같은 매력이 있다면, 두번째 만남 『안녕』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시작되어 허탈한 웃음이 지어지다가 콧끝이 시큼해지게 하는가 싶더니 결국 가슴을 울게 한다.

둥글고 편안한 곡선으로 그려진 그림이 주는 편안함과 단순한 색으로 색을 입힌 형태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서 인연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리운 여운의 향기가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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