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감추는 날
황선미 지음, 조미자 그림 / 이마주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기 감추는 날』 우리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황선미 작가를 알게 된 건 1999년에 출판된 「나쁜 어린이표」와  「샘마을 몽당깨비」를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되면서였다.

「나쁜 어린이표」는,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나쁜 어린이표 때문에 마음 졸이는 아이의 마음을, 그리고 아이가 선생님에게 나쁜 선생님표를 주는 마지막의 통쾌함까지, 아이와 함께 졸였던 나의 마음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는 것 같았다.
 「샘마을 몽당깨비」는, 은행나무 뿌리에서 벌을 받고 있던 몽당깨비가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생명과 자연에 대해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아주 좋았다. 사람의 욕심과 자연의 순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처럼, 황선미 작가는 사람의 내념을 들여다보는 눈과 생명의 고귀함을 잘 아는 작가로, 믿음이 절로 가는, 내가 잘 읽어낼 수 있는 책을 세상에 내놓는 내 손을 꼽게 하는 분이다.

신간코너에서 발견해서 바로 손에 쥔 『일기 감추는 날』
그런데 뭔가 자꾸 이상했다. 표지는 처음인데, 너무나 익숙한 제목에 갸우뚱하는데, 둘째 소녀가 책장에서 꺼내다 준다.
똑같은 책이 우리 집에 이미 있다고.

아아~ 2007년의 책이 새로운 출판사와 그림작가를 만나 2018년 세상에 다시 나온 것이었다. 표지만으로도 세상의 변화와 보는 관점이 달라졌음을 금새 알 수가 있다.

소윤경 그림작가(2007)는 일기를 잊지 않고 검사하며, 일기에 부담을 주었던 선생님과 솔직한 일기로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진 동민이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속에서 힘들어했을 동민이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조미자 그림작가(2018)는, 날마다 아파트 담을 뛰어넘는 경수와의 갈등 구조와 일기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해소해 나가는, 한층 더 자랄 동민이를 표현해 내고 있다.

동민이는, 일기장을 잊지 않고 검사하는 선생님과 학교에 제출하기 전 반드시 검사해서 된다 안된다를 결정하는 엄마 사이에서 너무나 힘들다. 그 뿐만 아니라, 경수의 담 넘기 사실을 일기장에 쓴 사람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된다. 동민이는 용기를 내어 일기장에 경수와의 오해로 힘들다는 내용을 쓴다. 일기를 읽은 선생님은 고치려고 노력하는 친구를 일기를 이용해 이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신다. 동민이의 억울한 오해는 선생님과의 또다른 갈등으로 변화되고, 동민이는 이제 일기를 쓰지만,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 방법을 선택한다.

어른들 사이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동민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고, 안 된다고만 한다. 동민이는 엄마 아빠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일기장을 제출하지 않은 벌로 교실문을 닫고 여는 것 뿐이라는 현실이 참 슬프다. 그리고 외롭다.

『일기 감추는 날』는 많은 동민이와 많은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방법을 몰라서 우물쭈물하는 아이들과 본인의 관점에서 본 모습만을 진실로 믿고 단정짓는 어른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들어주기.
이것만 잘 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갈등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처받지 않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세상을 모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아이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어요. 표현하고 있답니다. 우린 귀를 열어주고 마음을 열어만 주면 된다는 것, 어른으로서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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