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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투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5
이미성 지음 / 북극곰 / 2018년 6월
평점 :
세상은 잘하는 사람, 남보다 뛰어난 사람, 남과 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남과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스펙을 쌓고, 남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의심도 없이 함께 걷고 있다. 오늘도 우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배움을 갈구한다. 정작 내 속에 감춰진 잘하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뒤로 한 채 말이다.
수묵화로 그린 듯한 부드러움과 단순함이 때로는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진 그림을 발견했다. 어둠과 밝음, 흑백과 칼라의 조화가 불화와 평화를 상징하듯 표현한 그림책 『왁투』
너무나 낯선 언어 "왁투"
제목에서 시작된 나의 호기심은 표지에서 그대로 이어졌고, 방금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듯 한 손에 창을 쥐고, 사슴의 가죽을 쓴, 앙다문 입이 꽤나 고집스러워 보이는 소년의 이름이 "왁투"인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제목에서 일었던 호기심은 소년으로 옮겨가기에 충분하다.
왁투에게는 남과 다른 재주가 있다. 그 재주로 마을의 평화를 깨고 사람들의 언성을 높이며 미움을 받는다. 그러나 마을에 들어온 적들을 향해 재주를 사용한 왁투 덕분에 마을은 곧 평화를 찾게 되고, 왁투에 대한 미움은 고마움과 기특함으로 전환된다.
왁투는 다음 날이면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꿈에 부푼다. 어제 외친 "왁투" "왁투"가 온 마음을 울러퍼지며, 자신을 향한 찬양이 넘칠 것이라는 기대심에 행복한 밤을 보낸다.
우리의 기대는 항상 옳다고 할 수 없다. 왁투에게도 예의치 않고, 왁투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아침을 맞는다. 전쟁으로 피해 입은 마을을 정돈하고, 노인과 아이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보는 왁투는 실망감과 자신의 재주를 하룻밤 사이에 잊은 그들에 대한 미움이 화로 커져간다.
우리는 칭찬 한번에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세상의 중심이 '나'가 된 것처럼 무례하게 행동하다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좀 전의 칭찬은 그 상황일 뿐인데, 그것이 나의 모든 행동을 감싸주는 것처럼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적군으로부터 마을을 구한 왁투에게 고마움과 울렁찬 목소리로 충분한 화답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왁투는 앞으로 자신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것이다.
화가 나고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왁투는 마을 사람들의 일을 방해하고, 그들의 화를 돋구는데 성공했으나, 마을 사람들의 원성을 가라앉히는데는 실패하여 숲으로 도망을 가고 만다.
왁투의 투정을 받아줄 수 없는 마을 사람들은 화난 채 쫓아가고, 왁투는 쫓김에 당황하다 그만 ......
마을에 울러펴진 "왁투" "왁투"
왁투와 마을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온 마을에 색색들이 열린 열매들과 "왁투"을 외치는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 마을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던 왁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흑백이 주는 편안함과 짙게 깔린 무게감이 가끔 만나는 색채와 어우려져 '왁투'와 '마을'의 평화를 더욱 선명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우리는 내가 가진 재주는 재주가 아닌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흘려보기를 참 잘한다. 그래서 우린 없는 재주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스스롤 괴롭히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기도 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재주는, 재주로 끝이다.
재주가 나와 너, 우리를 위해 사용했을 때 빛을 발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함께 였을 때 그 빛이 가장 빛날 재주 하나, 나의 재주를 찾는 행복한 오늘 하루를 맞이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