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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법 교실 - 정의로운 법이란 어떤 것일까? ㅣ 수상한 인문학 교실
이향안 지음, 최미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7월
평점 :
지난해 초에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공부하면서 정의의 여신상을 유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눈을 감거나 눈을 가린 여인이
오른손에는 저울을, 왼손에는 칼을 든 모습이 편견없이 정의를 위한 법을 집행하겠다는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은 다른 모습이다. 한복을 입은 여인이 눈을 부릅뜬 채 오른손에는 법전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외국과는 사뭇 다른
정의의 여신 모습을 하고 있어 한참을 더 들여다보게 한다.
요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와 있는 자의 갑질 그리고 어린 소년들의 범죄와 인명사고 후 도주하는, 그들의 민낯을 마주보면서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는지, 정의는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며, 법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고 작용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영화 동아리 회장 강준이는, 동아리 개설자라는 이유를 들어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킬 것을 회원들에게
강요하자, 회원들은 반발하고 동아리에서 탈퇴를 희망한다. 강준이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강준이 앞에 선 정의의 여신은
'간디의 소금'을 가지고 오라는 미션을 주고 인도로 보낸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 시대로 강압적인 법 집행과 무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이다. 영국의 불평등하고 불합리적인 법에 당당히 맞서며 인도의 자유와 합리적인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간디'가 있으며, 간디의 곁에 강준이가 서며 간디의 연설과 투쟁을 지켜보게
된다.
인물이야기를 통해 배운 '간디'의 이야기와 강준이와 함께 하는 '간디'의
이야기는 뿌리는 같지만, 간디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더욱 마음으로 다가오는 매력을 전해준다.
"여러분, 법이 뭡니까? 이 사회를 지켜 나가도록
만들어진 사회규범이며 질서입니다. 그렇다면 법은 누굴 위해 있는 걸까요? 당연히 이 사회를 이루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정의로워야 하는 것이 법입니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지금 자신들의 힘을 키우고 우리 인도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불평등한 법으로 우릴 억압하고 있어요. 불평등한 법엔 모두가 힘을 모아 저항해야 합니다!" 37~37쪽

강준이는 '간디의 소금'을 가져가기 위해 조심스레 움직이다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간디의 넉넉한 마음으로 위기를 넘기게 된다. 강준이는 이제 드디어 '간디의 소금'을 얻게 된다. 그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많은 이들의 투쟁과 용기 그리고 힘겨운 노동력이 합쳐져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임을 깨닫게 된다.

강준이는 법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려고 하는 간디의 모습을
통해, 무조건적인 규칙으로 회원들의 반발을 샀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식민지 인도를 자기의 입맛에 맞게 법을
만들고 집행하려는 영국, 인도는 영국의 불합리한 법에 맞서서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우리나라 농민들이 양반들의 불평등함에 맞서
나섰던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인도에 간디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엔 전봉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며, 모두를 위한 것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바탕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의 하나이다. 그러나 법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법 위에 서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행위는
법을 어긴 단순한 행위가 아닌 사회의 정의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이며, 법을 지키는 다수의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시공주니어의 <수상한 인문학 교실>>은
교실지기와 떠나는 인물 여행을 통해 인물의 처한 상황과 인물의 생각을 마치 직접 듣는 것처럼 실감난다.
교실지기의 특별수업에서는, 법의 세계사와 책속 인물과 책 속 사전이 따로 배정되어
법과 인물에 대해 깊이있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그 뒤를 이어 간디를 따라 여행다녀온 후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 있어서 읽고
쓰고 생각하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책을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강준이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독단적이고, 자기
주장만이 옳다고 믿는, 그것이 반드시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