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1
허경희 지음 / 인문산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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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나에게 카스트 제도에 대한 세계사 시간의 외움으로 기억되는 나라일 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과 인도의 문화가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지는지, 인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 깊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인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류시화 시인의 인도 여행 에세이'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 부터이지 않았나 싶다.
 
세계사 책에서 만난 인도는, 철저하게 지켜내야만 했던 계급사회와 그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며 생명을 지켜내야 했던 인도인들의 투철한 끈기와 포기하지 않았던 근성이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인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들의 지켜내고 싶어했던 문화였고, 우리나라만큼이나 힘들게 생존해간 노고이고 지탱하고자 한 마음이었다.

2010년에 출판된 허경희님의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 여행』이 개정되어 세상의 빛을 다시 보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을 맞이하게 되었다.

허경희님은 인도 여행의 이야기를 4개의 테마로 나누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다.

1. 타자와의 소통 : 낯섦과 거리감을 넘어서
2. 자기 성찰의 시간 : 치유와 위안을 찾아서
3. 첫 번째 인도여행 : 역사와 문화 속으로
4. 두 번째 인도여행 : 성자의 강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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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통과 성찰 그리고 치유와 위안.
나라에 닥친 시련과 혼란 속에서도 문화를 잃지 않고 문학을 유지하고자 했던 그들의 융통성없는 집착이 '인도'를 유지시킨 힘이 되어주었고, 뿌리를 더욱 강건하게 해 준 바탕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모든 이국에 대한 여행이 그렇듯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지한 이해 없이는 결코 한 나라를 이해할 수 없다. 한 나라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는 세계를 볼 수 없다. 세계를 보고자 하는 것은 결국 세계 속의 우리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11쪽

카오스의 신비, 카오스의 신비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여행을 떠나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여행이란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이 세계가 두려움의 세계가 아니라 단지 아니직까지 내가 모르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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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친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난 항상 느낀다.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눈을 가지고, 그 속에 그 많은 지식과 지혜를 조화롭게 결합시켰을까. 단순히 보고 느끼고 말하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그림을 보고, 이국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냄새를 맡고, 지나칠 수도 있었던 장면 하나가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나라 그리고 도시를 다녀온 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여행기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로의 초대같다. 그런 나에게 "인도"는 신비롭고 알면 알수록 새로운 궁금증이 일어나는 미지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어색하기도 하고, 내가 얼만큼 인도에 알게 될까 하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가슴 벅참이 공존한다.

딜라이 라마에게 있어 연민은 약자가 자신의 약한 상황을 극복하게 도와주는 감정적 지원책이다. 반면, 니체에게 있어 연민은 약한 자의 감정이다. 그리고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인식이 니체로 하여금 약한 자의 감정인 연민을 거부하게 했다. 결국 두 사람의 차이는 이성과 감정에 대한 역사 인식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볼 것인가, 인간은 감정적 동물인가, 아니면 이성적 동물인가, 인간의 감정과 이성은 인간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이것이 오늘날 철학과 종교가 추구해 나가고 있는 관심의 대상인 것이다.    213~214쪽

내가 보는 간디의 위대성은 다른 면에 있다. 그는 자신을 넘어서 이상을 찾아 끊임업는 진리의 실험에 인도와 인도 민중을 끌어들였다. 이 무모한 실험은 현실주의 정치가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이 있는 세상을 원했다.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자신을 던졌고, 자신의 민중들을 그의 꿈으로 이끌었다. 그는 몽상가였다. 내 관점에서는 이것이 그의 위대성이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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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시작은 힘겨움이었다. 엄격하게 지켜져나가는 신분 제도 아래 일도 랑도 결혼도 이루어졌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닌, 신분에 맞는 선택을 하고, 필요치 않아지면 신분에 맍게 버려지는 것. 이것이 인도인들을 처참하게 만들기도, 다시 일어설 힘을 키워주기도 했다.

인도는 힌두교를 지향하며, 그 속에서 지켜나가며 교리가 아닌 문화로서의 문학을 배우고 익히며 자신을 비롯해 주위를 지켜나가는 어울림을 배우고, 포용을 실천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꽃 피워나간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인도 문화가 얼마나 어린 아이 수준이었는지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 여행』를 읽으면서 너무나 새롭고, 새로운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인도라는 나라가 지탱하고 있는 문화의 힘은 가히 언급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굳건해져 있다. 그 속에 담겨진 인도인들의 사상과 윤리. 자신만을 위한 개인적 사고가 얼마나 굳게 자리를 잡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인도는 용광로와 같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상황 속에서도 인도인들은 지혜를 갈구했으며, 그 지혜를 토대로 평화를 꿈꾸었다. 때때로 이민족들의 침입으로 인해 고난의 시간을 견대어내야 했지만, 그들은 참고 또 참으며 평화의 땅을 만들어나갔다. 비록 우리의 눈에는 많은 갈등과 부조리가 뒤섞인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의 인도인들은 척박한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들의 질서 속에서 지금 이 생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내세를 위해 …   321쪽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 여행』을 읽는 내내 차분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 모르는 나라 '인도' 그리고 '인도의 문화'
'인도'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힘은 단순히 다양한 문화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지키고 변화를 이겨내고, 그 변화에 맞서 함께 변화해 나갈 수 있는 수용의 범위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느낄 수 있었다. 힘겨움과 고난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문화 그리고 문학의 접근은 그들만의 의지이고, 힘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마음은 한 나라의 중심으로 뻗어나갔으며, 그 중심은 뿌리가 되어 다양성에서조차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키울 수 있었다. 인도와 인문학. 그것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며 인도인들의 가슴에 새겨졌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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