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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휴가 ㅣ 네버랜드 클래식 39
쥘 베른 지음, 레옹 베넷 그림, 김주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내가 명작에 빠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시절 책장의 빈곤함이 가져다 준 혜택이었다. 그 때 읽었던 명작들은 원작을
축소하여 연령에 맞게 출판된 책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그 때 그 명작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그렇게 명작을 만난 내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읽게 되고, 소장하게 되면서 그 의미는 달라졌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동경했던 모험이야기가
이제는 삶의 방향이 되어주기도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인물을 그려내기도 한다..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클래식 39. 『2년간의 휴가』표지에 그려진 너무나 낯익은 인물들의 이름과 배 한 척 그리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보고 너무나 익숙한
모습에 주춤하는 것도 잠시 작가의 이름을 보는 순간 '아하!' 하며 반가움이 웃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공상과학소설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뉴질랜드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860년, 15명의 소년이 여름 방학을 맞이해 떠난 여행길에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머물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이다. 여덟살부터 열네살까지의 소년들이 무인도로 난파되어 구조되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서로 다른 국적과 서로 다른 장단점그리고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열다섯명의 소년들이 2년동안 무인도에 표류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결코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다. 우리에게 그런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그들은 2년이라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내일을 향한 희망을 한시도 잃지 않는다.
『2년간의 휴가』는 다양한 성격과 문화를 가진 15명의 소년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며, 그 소년들을 이끌어가는 세 소년이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진 고든, 실용적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벌을 주는 엄격함으로, 첫 번째 대통령으로써 자신의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였다, 단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브리앙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아이로 자유로운 사고방식에 용기와 지혜를
겸비했다. 위험한 일은 자신이 솔선수범으로 나서며 자신의 입장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줄 알고 동생을 생각하는 형제애도 갖추고 있는, 가장 인기가 많은 인물이다.
도니편은, 영국 국적을 가진 소년으로, 영국적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곧잘 낸다. 그러나 한번 신의를 지키면 끝까지 지킬 줄 아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2년간의 휴가』는 단순히 무인도 표류기이며 15소년의 모험이라고 단정짓기는 너무나 미안한 작품이다. 2년의
시간동안 그들이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작은 사회를 만들고, 사회를 운영하기 위해 지도자를 선정하고, 선배가 어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계획표를 만들어 실천에 옮기면서 결코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였다. 또한 자신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하고,
동굴을 찾아 정찰을 나가기도 하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동굴 주변을 탐색하며 끊임없이 삶과 투쟁하는 모습들에서 그들의 모험은 결코 가볍다 여길
수 없다.
"책이 있으니까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그 동안 배운 것과 앞으로 배워 나갈 것들을 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몫이야."
"맞아. 우리가 이 섬을 떠나서 언젠가 가족을 다시 만났을때, 여기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
서로를 보호자라고 여기는 그들은, 위험하고 불완전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것, 모두 안전하게 이 섬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섬을 빠져나가는 것이 지금
당장 그들 앞에 놓인 삶의 목표이지만, 그들의 삶은 그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긍정적인 생각과 스스로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그들을 성장하는데 가장 큰 몫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 마음대로 살고 싶은 것뿐이야. 솔직히 말하면, 우린 브리앙의 명령을 받으며 살고 싶지가 않아!"
"네가 그렇게도 날 비난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데, 도니편?"
"이유 같은 건 없어. 네가 우리의 지도자라는 것밖에는! 우린 이미 미국인을 지도자로 삼아서 그의 지배를 받아 봤잖아? 그런데 이젠
프랑스인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앞으로 모코가 지도자로 뽑히지 말란 법도 없겠지 ……."
410쪽
도니편의 이탈은 모두에게 위기를 안겨준다. 섬은 안락함을 주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을
감지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희생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니편은 지배를 받아온 민족이기에 또 다른 나라로부터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여 지도자를 뽑는 것이지만, 도니펀은 그것을 용납하기엔 너무 어렸으며, 어렵게 찾은 자유를 다시
억압당하고 싶지 않는 국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소년들의 모험이야기 속에 들어간 국가간의 보이진 않는 기류를 느껴보는 것,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역사의 한 장면을 찾아보는 기회를 전해준다.
"자크는 벌써 속죄했어, 안 그래? 자크는 우릴 위해 이미 몇번이나 위험을 무릅썼는지 몰라! 아! 브리앙,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왜 네가 항상 동생을 앞장세웠는지 이제 알 것 같아. 왜 자크가 항상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자크가 왜 안개 속에서 목숨을 걸고
크로스와 나를 찾아 나섰는지도! 그래! 우리 친구 자크, 우린 너를 이미 기꺼이 용서했어. 더이 상 네 잘못을 갚으려 애쓸 필요가
없어!"
모두가 자크를 둘러쌌다. 그리고 자크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자크의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더 큰 울음이 솟구쳐 올랐다.
494쪽
드디어 무인도에 내내 침울했던 자크의 진실이 벗겨진다. 15명의 소년들이 무인도에 표류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한
사건의 시작이 풀리는 순간이다. 자크의 진실 앞에 브리앙은 냉철해지고, 다른 소년들로부터 질타를 받게 될 자크를 걱정한 형 브리앙은, 자크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행동한다. 자크의 진실과 형의 마음 그리고 함께 시련을 이겨내는 소년들의 모습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져온다.

15명의 어린 소년들은 체어맨에서의 생활을 어른이 된 나도 감탄할 만큼 잘 이끌어
간다.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공간인 동굴을 발견하고, 동굴을
안식처로 삼고 자리를 지정하고,
지도자를 뽑아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을
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해 조금씩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연과 깃발을 만들어 세우고 구조를 기다리기도 하고, 섬을 둘러보며 위치와 위험도, 먹거리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공간들을 확보하는 등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섬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와,바짝 긴장감을 돌게 만들기도 하지만, 15명의
소년들은 그들의 방문에 당황스럽고 놀랍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았던
곳, 살 수 있는 곳이라는 희망을 안고 그들과의 마주함을 잘 극복해낸다.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위험한 순간에
좌절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2년여의 시간을
보낸 15명의 소년들을 보면서, 그들이 보여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간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닥칠 두려움보다는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고, 존중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아이들은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어느 기숙 학교의 학생들이든 절대로 이런 상황에서 방학을 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질서와 졀정, 용기만 있으면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헤쳐 나올 수 없는 어려움이란 없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린 조난자들이 생존을 위한
혹독한 경험과 시련을 통해 성숙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돌아왔을 때, 하급생들은 거의 상급생이 되어 있었고, 상급생들은 거의 어른이 다 되어
있었다. 601쪽
2년에 걸쳐 사회와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를 믿고 힘을 합치는 협동심과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지키려고 하는 성의와 노력, 학교에서 배운 풍부한 지식과
지혜, 성실함,
지도자의 뛰어난 리더쉽 등 15명의 소년들은 모험만이
아닌, 협력하여 일어난 상황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척 합리적이었다. 때론 내부적인 갈등으로 갈라지긴 했지만,
외부의 침입을 받자, 다시 단합하는 모습을 보려주며, 서로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는 감동이 되어 내게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