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박물관 내 책상 위 자연사 박물관
케이티 스콧 그림, 캐시 윌리스 글, 이한음 옮김 / 비룡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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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정말 정말 놀라운 책 한 권을 내 손으로 만지고 열어보고 읽어보고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단순히 식물도감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움이 큰, 책에게 너무나 미안해지고,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캐시 윌리스와 케이티 스콧에게 죄송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책이다.

바로, 비룡소에서 새롭게 출간한 『식물 박물관』


두 소녀를 키우면서 식물 도감과 동물 도감은 항상 신간 위주로 보여주고, 세밀화로 가장 세밀하고 가장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놓은 책들을 기준으로 보여주고 읽혀주었다. 아이들을 위해 항상 나들이를 계획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일러줄 자신이 없기에 도감은 사실적이고 명확한 답을 제시한 것을 읽혀주었다.


그런데, 『식물 박물관』은 그 동안 보았단 식물 도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책상 위 자연사 박물관 - 전 연령 입장

『식물 박물관』으로의 입장이 허용되었으니 당당한 걸음으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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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반드시 읽어야 할 글이 있다.

바로 박물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식물에 관한 서문이다..

식물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함께 어떤 식물을만나게 되는지, 그 식물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식물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박물관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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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도 설명하듯이, 오늘 우리가 함께 입장한 『식물 박물관』은 평범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없다.

전 세계의 다양한 공간들에서 피어나고 자라는 식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지구에 생명이 처음 나타난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린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박물관은 모두 7개의 전시실과 1개의 자료실로 이루어져 있다.


1  전시실. 최초의 식물

2 전시실. 나무

3 전시실.. 야자나무와 소철

4 전시실. 풀

5 전시실. 벼과 식물, 부들,사초, 골풀

6 전시실.. 난초와 브로멜리아

7 전시실.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

자료실. 식물 박물관의 큐레이터들 그리고 찾아보기

박물관은 전 연령 입장가능하다는 말이 딱 맞도록 구성하였다.

어린 연령은, 그림으로 식물을 만나고

낮은 학년은, 그림과 그림의 변호를 찾아 식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높은 학년은, 식물이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 알아보고

성인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함께 바라보며 읽어주고, 함께 느끼면 된다..


식물을 구분한 기준에 따라 종류 또한 다양하다.

종류 속에 포함된 식물은 무엇인지, 그 식물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과 자세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한 식물과 이름을 동시에 보는 것 대신 식물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살피도록 책장 가득하게 식물을 그려놓고, 그 곁으로 작게 번호를 매겨놓았다. 그 번호를 찾아 왼쪽 편을 보면, 그 식물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하였다..

식물의 이름보다는 식물의 생김새와 특징을 찾아내보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듯 해서 지식 전달보다는 식물의 모습 그대로 느껴보라는 배려가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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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시선에 가장 오래 머문 곳이 바로 "야생화"가 있는 4전시실이다.

아무도 심지 않았고, 그 누구도 씨를 퍼트러 주지 않았는데, 한 공간에서 서로를 자리를 침범하지 않고 피어난 야생화, 들꽃은 있는 그 자리가 주는 의미만큼 깊은 의미를 가지고 피어난다. 이름조차 불리지 못하는 그들이 오고가는 이의 발걸음을 자꾸만 붙잡는다. 그들이 피어내는 그 아름다움이 우리의 마음에 고운 바람을 일으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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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와 박물관에 입장한 지 한시간이 지났는데 우린 아직 볼 게 한참이나 많이 남았다. 성질 급한 아빠는 그림만 살펴보더니 안 되겠는지, 처음부터 다시 보겠다고 다음 전시실로 향하는 우리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세운다.

박물관을 걸어다니면 지쳐서 싫다고 뿌리쳤을 두 소녀가 아주 시원하게 그러자고 책장으로 앞으로 다시 넘겨준다. 아주 과감하고도 시원스럽게 말이다.

최초의 식물부터 나무, 들꽃과 들풀, 난초와 다육이까지 우리의 눈에 익숙한 식물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식물까지 전시된 『식물 박물관』은 하루만에 살펴보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성급할 수 있는 곳이다.


식물마다 사는 곳이 다르고,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그것이 환경과 어우러져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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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운 식물들의 모습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갈피로 만들어 사용하고 싶어 예쁘게 스캔작업을 해 두었다. 책 읽을 때마다 내 눈을 시원하게, 내 마음을 따듯하게 해 줄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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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변에는 많고 많은 식물들이 피어나고 자라고 죽어가며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다. 우리가 잊고 있는 순간에도 그들은 부지런히 자신을 키워내고 있으며, 자기의 공간을 서서히 채워가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몰라 항상 '풀꽃, 풀'로 불리던 그들에게 이제는 이름을 불러주고, 어떻게 피워냈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식물 박물관』은 책장에 꽂히면 그 힘을 잃는 책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들꽃이 무엇이었는지, 그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를 찾으며, 그가 왜 그 길에 필 수 있었는지를 찾아보며, 다음 날 그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때 『식물 박물관』은 빛을 발하게 된다.


비룡소가 새롭게 출간한 『식물 박물관』

전 연령 입장 가능한 박물관.

잊지 말고, 과감히 펼쳐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

빛을 내는 『식물 박물관』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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