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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교과서 인물 : 김정호 - 끈기와 열정으로 평생의 꿈을 이룬 지리학자 ㅣ 이야기 교과서 인물
이재승.국혜영 지음, 백두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재작년,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상영되었다.
'김정호'라는 인물에 대해 소박한 지식뿐인 나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로 꼽힌다. 일부, 역사를 안다는 많은 전문가들은 '픽션이다, 거짓이다'라고 말하였지만, 나는 평민 출신의 '김정호'라는 인물의 의지와 투지 그리고 끝까지 해내기 위해 포기한 것들의 삶은 거짓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를 둘러싼 정치적 압력이 있다, 없다보다는 신분의 차별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열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집념만은 현대인의 잣대로 재지 말았으면 한다.
영화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백두산의 사계절 모습이 스크린과 양쪽 벽면으로 펼쳐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이 멈춰졌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바람에 날리는 '고산자 김정호'의 두루마기 자락 하나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인물 이야기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참 많이 다르게 전개된다. 사실을 바탕으로 두고, 그 위에 어떤 요소를 첨가시키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다.
올해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출판된 '이야기 교과 인물' 시리즈 중 '김정호'편은 아빠와 아이가 꿈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에 온 힘을 펼친 인물 '김정호'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그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읽고, 느낄 수 있도록 흐름을 잡아 편안한 읽기가 되었다.
"무엇을 배워요?"
"무엇이든지 배우는 거지. 배움은 힘이 되어 네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단다."
"꿈이오? 그게 뭔가요?"
"네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어서 가슴이 뛰는 일이 바로 꿈이야." 19쪽
길 위에는 귀천도 없고 신분도 없다. 다만 길을 가는 자만 있을 뿐.
길 위에서 나는 늘 자유로웠고, 그 길을 지도에 옮겨놓을 꿈에 평생 가슴이 뛰었다.
어쩌면 이루지 못한 꿈으로 끝날지라도 나는 늘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 영화 중에서 -
'김정호'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는 기록되어 있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가 배움을 쉬지 않았고, 배움을 실천하였고, 자신의 꿈을 위해 잠깐의 여유도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에 감탄하여, 돕고자 한 친구들이 여럿 있으며, 그 중에 양반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지도와 지리서에 관련된 많은 책들을 구해준 최한리와 지도에 관심을 보여준 김정호에게 길을 열어준 오주 선생, 이규경 그리고 책방주인까지. 그들이 신분의 차별없이, 주인과 각서라는 계급의 높낮이없이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보는 눈이 사람의 위치가 아닌 배움의 가르침이었다. 이렇듯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출판한 『끈기와 열정으로 평생의 꿈을 이룬 지리학자 김정호』는 단순히 인물에 대한 지식 정보가 아닌 배움의 가치와 가치있는 배움은 실천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책을 볼 때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금한 것을 자꾸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단다. 그래야 네 배움이 늘어나는 거야. 궁금한 것이 있어야 새로운 책을 보고 공부하게 되거든. 새 책을 보고 생긴 궁금증은 또 다른 책을 보고 해결하고 ……. 이것을 반복해야 진정 네 배움이 늘어난단다." 37쪽
"지도를 만들겠다는 제 꿈을 비웃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꿈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매일 그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비웃겠습니까? 분명 좋은 지도를 만드실 겁니다. 그 지도를 만드실 때까지 돕고 싶습니다. 제가 구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75쪽
김정호는 자신이 가진 꿈에 최선을 다하였다. 가슴 뛰게 하는 일이 무언지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안락한 삶을 주는 일도 아니지만,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김정호는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 시대에 지도는 지금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제작할 수도 없는, 일일이 그리고 목판에 새기고 인쇄하는 오랜 시간과 많은 공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한번의 실수는 또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극드로 집중해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김정호는 그 과정을 겪으면서도 '포기'라는 것을 몰랐으며, 지도에 더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책을 살피고, 다른 지도를 비교하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그의 노력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사하다.

김정호의 꿈이 담긴 지도, <대동여지도>와 만나는 순간,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마지막 장면과 자연스럽게 겹쳐온다. 김정호를 도와 목판에 지도를 새기던 바우가 광화문 앞 바닥에 목판을 한장 한장 내려놓으며 한반도를 만들어내면서 "고산자, 대동여지도" 외치던 그 모습, 비록 지금 책으로 지도를 만나고 있지만, 기억된 영상의 흔적과 어우러져 뭉클했던 그 순간의 감동이 밀려온다.

김정호는 단순히 지도를 그린 것이 아니다.
백성들은 볼 수 없었던 지도를, 백성들이 보기 쉽도록 기호를 넣고, 거리를 표시하고,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도록 병풍모양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지도가 아닌 백성들의 눈이 되고, 발이 되어주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되어 주었다.
시작하기 힘들다는 그 길 위에서 단 한번도 포기와 타협하지 았던 심지 굳은 결심이, 우리를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소리없는 울림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김정호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