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의 현대시 산고 - 황현산 유고 평론집
황현산 지음 / 난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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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과 행복의 추억이 항상 현실 속에 다시 솟아올라 노역의 평면에 폭과 깊이를 줄 때 낭비되는 삶이란 없다.(p272)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는 가벼운 마음으로만 읽어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저자들이 쉽게 책을 쓰는 건 아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특히나 글에 대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해설이라 말할 수 없고 비평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이다.

시를 잘 알지 못하기에 이 책을 단순히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시인들에 대해 알아가며 숨겨져 있던 흔적들을 발견한다. 그들의 시와 이야기를 발굴해 나가는 황현산 평론가의 노력을 통해 그들의 삶에 한걸음 가까이할 수 있었다. 이육사, 김수영, 백석, 김종삼, 박서원 등의 시인들을 만나며 시의 깊이에 서서히 빠져본다.

부록으로 덧붙인 <젊은 비평가를 위한 잡다한 조언>들은 나약해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단, 자만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몰두하고 집중하며 해나가는 지속적인 일들을 통해 '나'의 자리를 찾아가게 하는 황현산 평론가의 조언이다. 시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이런 글들을 통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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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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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늘 쉽지 않았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배워보려 해도 어렵기만 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시집만 여러 권 구입해서 가는 분을 보고 문득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는 가까이 가보려 해도 결코 그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 분야였기에 선뜻 손 내밀고 다가가지 못 했던게 사실이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를 읽으면서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허수경 시인이 이야기하는 50편의 시들을 따라가며 시인의 감성과 나의 느낌을 잘 조합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순간의 기억을 상기시키게 되는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들이 좋았다. 아련하고 따뜻해지는 몽글몽글해지는 감정이 피어오른다.

 

시인의 감정으로, 나의 감정으로 각각 다가가다 한 점에서 마주한다. 삶에 대한 애잔함과 그리움들이 읽을수록 쌓여만 간다. "저에게 시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입니다.(p6)" 그렇게 시와 삶은 떨어질 수 없다는 시인의 메시지일 것이다. 모든 걸 다 이해하겠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많이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모든 게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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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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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는 섬세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들을 위한 책, 그 감정들을 잘 컨트롤하며 편하게 사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때로는 무던하고 때로는 세심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전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감정이나 분위기, 자신의 몸 상태, 자신의 기분까지도 예민하게 감지해낼 수 있는 민감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신중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이해하고 때때로 민감해지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들을 배워볼 수 있다.

 

매일 일상에 마주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어렵고 불편하기만 한 인간관계를 편하게 만드는 방법, 일을 할 때도 압박감을 낮추고 편하고 느긋하게 일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자신의 장기는 살리고 불안감은 낮추며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들을 통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는 기술들을 이야기한다. 섬세하고 민감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효율적인 노하우들이 가득 담겨있다.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예민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기에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없었음은 조금 아쉽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보게 되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과 말들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늘 자신을 탓하면서 모든 일에 많은 에너지를 스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진정성 있는 조언들이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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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서메리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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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짜가 아니고, 상상이 다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 쭉쭉 오르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을 봐도 뛰어들 마음이 생기지 않고,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글짓기에 인생을 바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 모른다. 잘되리라는 자신감은 별로 없지만, 사실은 그래서 꽤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희미한 믿음이 있다.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고 다들 아니라고 하지만 어쩌면 이 상상이 정답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믿음이.(p157)

 

문득 문득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바쁘고 정신없게 하루를 보내고 난후 때때로 밀려오는 회의감들,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 한 아름 이고지며 하루를 마감한다. 그렇게 버텨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내맡긴 기분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유튜버로 서메리 작가를 처음 알았고 번역가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은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저자가 만났던 책 속의 문장들과 일상의 경험들이 만나 따뜻하고 다정한 말들이 우리를 어루만진다.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공감되는 동시에 지금 내 모습에 대한 실망감을 조금은 내려놓게 했다.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나만의 길을 잃지 않고 찾아가는 것, 과거와 미래의 행복과 불행들이 모두 어우러져 나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렇게 내 인생의 이야기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삶은 늘 완전하고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한다. 나를 잘 알아가는 방법들을 그녀를 통해 또 한 번 배운다. 때때로 흔들리더라도 다독이고 응원하며 그렇게 다시 앞으로 느리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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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 33가지 죽음 수업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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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질병, 고통은 삶의 일부다.(p88)

 

-인생은 불골평하고 변덕스럼지만, 동신에 소중한 것이며 결코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p95)

 

언젠가는 삶의 끝이 있을 거라는 건 알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잊고 사는 날이 많다. 책의 제목처럼 괜찮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내가 사는 집에서 아프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희망이겠지만 죽어가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병원, 양로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이란 삶의 순간순간처럼 예측해내기 어려운 것이라는 걸 이 책은 말한다.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치매, 뇌졸중, 어느 순간 찾아드는 죽음을 이야기한다. 책에 채워진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노년의 삶과 치매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이해해 볼 수 있게 돕는다. 의사가 말하는 죽음은 결코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다. 솔직하고 진솔하며 순간의 두려움과 고통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가는 순간들을 읽으며 지금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심장병, 대장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병,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병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어떤 상황이 미래에 놓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노년의 삶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해야한다. 어쩌면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 보이지만 삶에도 다양한 방식들이 있듯, 죽음에도 수많은 죽음들이 있다. 결코 가볍지 않으며 때로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들여다보며 '괜찮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해 오랜 시간 곰곰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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