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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애초에 나로서 원하지도 않았고, 나를 위해 어떠한 일도 해준 적이 없는 이 기관이, 이 죽어있는 묵직하고 쓸모없는 소용돌이 같은 기관이, 내 인생에 끔찍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그 기관이 맞다면 그 터무니없음과 이유 없음, 부당함과 심술궂음은 이 우주가 그토록 많은 시간 동안 하고 있는 일들과 너무나도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맹장.p57)
-어떤 특정한 냄새들은 단순히 동물적인 침범이 아니다. 그 냄새들은 시간 여행이며 기쁨이고, 고향이자 비통함이다.(코. p149)
이 책은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콩팥, 갑상샘 등과 같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그에 관련된 경험들은 그동안 면밀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낯설지만 새롭다. 우리가 몸을 구성하는 장기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 평소와 다른 느낌의 아픔을 경험할 때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기관들을 하나씩 여행해 가며 몸 안에 숨겨있던 부분들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젊은 나이였을 때는 몸에 대해 자신했고 그래서 더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건강검진을 받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속 기관 혹은 눈, 코, 피부와 같은 부분들은 더 민감하고 예민해졌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던 비염이 점점 심해져 약을 먹어야 괜찮아지는 상황들이 반복될수록 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후각을 통해 맛을 떠오르게 한다거나 숨을 쉬게 하는 단순한 행동들도 코의 역할이다. 코는 사랑하는 아이의 냄새와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 음식을 먹는 즐거움 등을 알려준다. 이 책은 이렇듯 무관심하던 것들에 대해 자각하게 한다.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주제에 대한 에세이여서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았고 읽어가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세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해나가는 몸에 대한 이야기들의 매력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인간의 몸에 대해 생각하고 고찰해 나가는 기록들은 즐거움 그 이상이다.
평소 접하지 않던 주제나 분야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살갗 아래> 역시 신선함과 새로움의 감각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