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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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게 찾아온 그 운명 같은 만남들 덕분에 나를 억지로 잡아끌어 사람들 속에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세상엔 얼마든지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가리키는 방향이 아닌 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것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p19)

-"세상의 모든 쓸모는 결국 오래된 삶의 습관에서 나온다"는 말이, 내게 반짝이는 가르침이 되었다.(p134)

-내 노력 밖의 일에 너무 애쓰지 않고, 웬만해선 나를 잃지 않으며, 그렇다고 내 안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쓸 줄도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저 나이를 먹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고, 수많은 오늘에서 하나씩 버리고 하나씩 깨달으며 내 자신을,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p235)

우연히 낡고 오래된 집을 운명처럼 만났고 그 집을 고쳐 짓게 되면서 삶이 달라졌다. 기대에 부풀어 고쳐가기 시작했던 집은 생각만큼 편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불편한 집을 하나씩 차근차근 고치기 시작했다. 욕심부렸던 것들을 비워내고 적당히 홀가분한 마음과 만족스러운 마음을 품게 되면서 진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도저히 버릴 수 없었을 것 같던 사진과 책들을 정리하며 과거의 짐을 내려놓는 일도 결국은 지금의 나를 긍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집을 고쳐가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온전한 나를 만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집을 청소한다고 해도 나를 찾거나 바라보는 기회는 거의 없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적당히 먼지를 털어내고 습관처럼 같은 자리에 물건을 정리해두는 게 대부분이었다. 저자가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많은 짐들 때문에 집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비움과 집을 수리해 나가는 시간들은 지금의 나 다운 삶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몇 번의 이사를 경험하며 느낀 건 이사를 통해 짐이 정리된다기 보다 집의 크기에 맞게 늘어나는 짐들이었다. 어느새 집에 가득 차있는 짐들을 보며 한숨을 쉬게 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알맞게만 있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알맞음의 기준이지 않을까. 물건이든, 공간이든, 관계든, 일이든, 전부 말이다.(p101)

알맞은 삶을 추구해가는 건 늘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균형 있는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또렷해진다. 내 마음과 내 삶의 무게들에 대해 생각해보며 위안을 얻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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