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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사쿠라 츠요시 지음, 김영택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자신이 세상만사를 의심한다는 것, 의심하는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만은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야. 무언가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의심하는 주체'인 자신이 있다는 거잖아.(p213)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것뿐'이란 게지.(p243)
-지금 세상에는 르상티망이 넘퍼흘러. 이른바 '가방끈'에 대한 질투, 유명인에 대한 삐뚤어진 마음,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질투, 남다른 개성을 비난하거나 연예인의 사소한 불의에 대한 격한 추궁까지, 모두가 자신이 얻을 수 없었던 것을 가진 강자에 대한 약자의 원망이 원동력이야.(p295)
-혹시 영원회귀를 하더라도, 이번 인생이 몇 번이나 되풀이되어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금의 삶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한 게다.(p354)
절벽에서 셀카를 찍으려던 히로와 그런 히로가 자살하려 한다고 오해하고 그를 구하려 했던 좀비 선생이 만나 철학 수업을 시작한다. 행복, 자유와 선, 인간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막연하고 어려운 답을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 가와 이 세계와 실제의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철학의 최대 주제이다.
철학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 일에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할 것, 앞서 간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철학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로 인해 포기하는 일이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히로와 좀비 선생의 대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철학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다. 엉뚱하고 대책 없어 보이는 히로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철학에 접근시켜 나가며 나누는 대화들은 유쾌하고 웃음이 날 만큼 즐겁다.
그동안 쉽게 풀어서 설명해놓은 철학서를 읽어도 늘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그럼에도 조금씩 읽어온 덕분에 익숙한 철학자들의 이름은 늘었다. 차근차근 접근해오면서도 풀리지 않는 철학적 내용들이 좀비 선생의 이야기들을 통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등의 사상들을 쉽게 이해시켜주는 두 사람의 만담과 같은 이야기들은 철학에 즐겁게 빠져들게 한다. 철학의 넓은 영역을 다룰 수는 없기에 이 책은 철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첫발을 내딛기에 적합하다.
"하루만이라도 철학자로 살아본다면, 너는 절대 좀비로 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