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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평점 :
-인간이란 틀은 마음과 몸과 두뇌가 모두 함께 섞여 형성되는 것인데, 앞으로 백만 년이 더 흐른대도 이것들이 분리된 칸에 담기지 않으리란 건 확실한 만큼, 훌륭한 저녁 식사는 좋은 대화를 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p31)
-"인간들이 평온한 상태에 만족해야 한다고 하는 건 아무 근거 없는 말이다. 사람들은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 만일 할일을 찾을 수 없다면 만들어 낼 것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나보다도 더 고요한 운명으로 살 것을 선고 받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운명에 저항해 조용한 반란을 일으킨다.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 거대한 삶에 얼마나 많은 반역의 기운들이 움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p110)
《자기만의 방》은 많은 작가들이 인용하고 설명하고 있어서 마치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페미니스트의 고전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이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당당히 걸어나가기를 응원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지키고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분한테 제시하는 것뿐입니다.(p9)"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픽션이라는 두가지 질문에 관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 이런 의견에 도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제시한다. 전체적인 책의 흐름은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들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버지니아 울프는 지금 시대를 미리 예견한 걸까. "한 세기가 지난 후에는 아마 거의 완벽히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관문 앞에 다다랐고, 게다가 100년 후면 여성은 보호받는 성으로 존재하는 걸 그만두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필연적으로 여자들은 한때 그들을 거부했던 모든 활동들과 행사들에 참여할 것입니다.(p64)"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사회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받았음에도 그녀는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성의 불평등을 느끼고 그 문제에 대해 꺼내서 이야기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은 있지만 이런 외침들이 있었기에 여성의 신분과 지위도 분명 달라져 왔음을 인정한다.
쉽고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쓰기, 읽기, 생각하기, 탐구하기처럼 우리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것에 기꺼이 우리 시간을 소모하는 것, 하루를 보내며 시를 쓰거나 몽상에 잠기거나 사색하는 것,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이거다.
우리에게 더 당당해지고 정신적으로 더욱 깊어져야 한다는 그녀의 외침을 기억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열심히 걸어나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응원의 말들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조금은 더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위해 여성들이여, 펜을 드세요, 글을 쓰세요. 고정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