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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서울 - 공간·사람·정치로 빚어낸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평점 :
서울 산책러.
서울을 걷는 나에게 어울릴 법한 호칭이다.
별일이 없는 날은 거의 매일 산책을 하고, 외출을 할때는 한두정거장은 미리 내려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걷는다.
서울 걷기는 나의 오래된 취미이고 루틴이다.
서울 도심을, 구석구석을 걷고 또 걷는다. 광화문 근처에 살아 사대문안을 거닐고, 궁궐을 거닐고, 직장이 있던 시청과 을지로 주변을 갈피갈피 걷는다. 서울 산책은 서울의 뼈대와 속살을, 겉과 속을 보는일이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는 일이, 서울을 걷는일이다. .
세 살부터 서울에 살았고 서울을 애정하는 건축학도 출신 김진애의 < 이토록 서울>을 펼쳤다. 낙산성곽에서 성저십리로 강남으로 옮겨가면서 서울의 성장과 진화를 목격한 김진애는 서울의 역사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포갰다. 책을 읽으면서 나역시 서울의 역사에 나의 어린시절을 포개 나갔다. 한강 이북에서 자라고 한강 이남으로 이사갔다가 다시 한강 이북으로 돌아와 살게된 내게도 서울 곳곳의 변화는 기억에 남는다. 가난했던 서울이 이제는 세계의 수도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서울의 여러 모습이 나온다. 내기억에 없는 역사들도 보인다. 부동산시장의 한축인 마용성중 한곳으로 떠오른 마포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새우젓 을 파는 곳이었다고 한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 배경이되었고, 경기여고와 배재고등학교가 있던 정동길은 작가가 생추어리라고 부를만큼 이제 서울의 ‘성소’ 가 되고 있다. 브루클린의 공장지대를 닮은 성수동과 욕망이 들끓는 강남이 맨해튼이 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희망을 따라 가다 보면은 서울의 지난 시간과 현재가 떠오르고 서울의 앞날을 기대하게 된다.
매일 산책하면서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반가운 책이다. 내가 알지못하는 서울의 뒷얘기가 아직도 있을지, 서울에서 60년 가까이 산 나에게도 궁금한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선 산책길에 서울은 더 선명했고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아파트공화국 서울에 대한 김진애의 진단도 들어볼만하다. "아파트 공화국이 문제가 아니라 단지공화국이 문제다." 모두가 살고싶어하고 집지을 땅은 적고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대단지아파트를 무분별하게 허가하고 착공하는것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낸다. "소단지 아파트로 구획해서 건축해야한다" 면서 대단지아파트가 만들어내는 몰개성과 집단 이기심과 대규모 블록화에 대한 경계와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다양함, 일상, 세련 , 스토리가 서울다움이다.’ 라는 작가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려던 모습보다는 서울을 있는그대로 인정할 때 더 서울은 풍성해지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내가 사는 서울을 사랑하고 서울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일독을 권한다.